33화 장날 통닭 그리고 가족의 식탁
〈장날, 통닭, 그리고 가족의 식탁〉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33화
겨울이면 부모님은 유독 자주 오일장에 다녀오셨다.
함께 짝을 맞추어 장을 보고 돌아오는 모습은
어릴 적 내게 든든한 풍경이었다.
장날이면 우리 집은 작은 잔칫날 같았다.
무엇보다 내가 제일 기다렸던 건
엄마가 꼭 사 오시던 통닭 두 마리였다.
기름기가 묻은 종이봉투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통닭이 들어 있었다.
토종닭만큼 크고 살이 꽉 찬 그 통닭을
엄마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하나를 풀어 모두에게 나누어 주셨다.
나는 그 맛에 눈이 뒤집힐 만큼 행복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랑 아빠는 늘 살을 조금만 드시고
우리를 배불리 먹이셨던 것 같다.
그 마음을 어릴 적엔 몰랐다.
나머지 한 마리는 이틀쯤 지난 뒤,
큰언니가 집에 온 날
프라이팬에 데워 다시 맛을 냈다.
살짝 눌린 닭껍질에서 퍼지던 고소한 냄새,
짭조름하면서도 부드럽던 살점들…
갓 사온 따뜻한 통닭도 좋았지만
냉장고에서 식었다 다시 구워진 그 조각 통닭은
이상하게도 더 깊고 진한 맛이 났다.
아마 그건 음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시간이 눌어붙어 있었던 맛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어디서도 그 맛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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