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잉어 그는빛 속의 바다
〈잉어, 그 눈빛 속의 바다〉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32화
아침이면 가끔,
아빠는 바닷가 어귀에서
어른 팔뚝만 한 잉어를 서너 마리씩 들고 집에 들어오셨다.
그런 날은 집 안 공기가
물비린내와 흙냄새, 그리고 무언지 모를 긴장으로 채워졌다.
난 그 잉어가 마치 사람의 혼을 품고 있는 듯
기묘하게 느껴졌다.
물속에서 방금 건져 올린 잉어는
꼼지락대며 숨을 쉬었고,
가끔은 내 눈을 또렷이 마주 보기도 했다.
그 눈을 바라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시 물로 돌려보내야 할 것만 같았고,
“살고 싶었겠지...” 하는 생각에
괜스레 혼잣말을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 귀한 잉어를 푹푹 고와
보약처럼 우리에게 건네셨다.
“이거 먹어야 감기도 안 걸리고, 키도 쑥 큰다.”
엄마의 음식은 뭐든 다 맛있었지만
잉어를 푹 고은 그 국물만큼은
목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살짝 비릿하고,
어딘가 모르게 슬픈 맛이 났기 때문이다.
몇 해 동안,
아빠는 그런 잉어들을 종종 잡아 오셨다.
그런 날은
가족 모두가 조용히, 무겁게 식탁에 앉았다.
언젠가부터
그 커다란 잉어들이 더 이상 집에 오지 않았다.
그리운 건 아니다.
그 잉어의 눈빛이 너무 또렷했기에.
하지만 가끔은 문득
그 잉어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그 속 깊은 바다의 눈동자를,
그 아침의 물기 머금은 공기를.
---
#잉어 #아빠의 아침 #시골아침 #보약 같던 국물 #마루 끝에서 본 세상 #어린 날의 풍경 #작은 생명의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