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한겨울 다래과 만드는 날
〈한겨울 다래과 만드는 날〉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34화
한겨울, 바깥바람이 매서울수록
우리 집 안마당은 더 따뜻해졌다.
엄마는 그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다래과 만들 준비를 하셨다.
큼직한 고무 대야엔 밀가루가 수북이 쌓이고
엄마는 그 속에 소금 한 꼬집, 식용유 몇 방울을 섞어
정성껏 치대고 또 치대셨다.
따뜻한 방 안, 국수 뽑는 기계에 밀가루 반죽을 올리면
반듯반듯 납작한 면이 줄줄이 나왔다.
“이렇게 꽈야 해.”
엄마는 단단한 반죽 조각을 반듯한 직사각형으로 자르시고
중간에 칼집을 낸 뒤, 그 칼집 안으로 다른 끝을 쏙 빼냈다.
내 동생과 나는 그걸 끝도 없이 반복하며
다래과의 꼬임을 만들어냈다.
손이 계속 가지만 그 작업은 괜히 재밌었다.
우린 마치 간식 공장 직원들처럼 바빠졌다.
난로 위엔 기름 가득한 튀김솥이 보글보글,
엄마는 잘 꼬아진 반죽을 하나씩 넣어 바삭하게 튀겨냈다.
기름에서 꺼낸 다래과는
또다시 따뜻한 물엿 속으로 풍덩 빠졌다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타래과를
엄마는 커다란 소쿠리에 정갈히 펼쳐 두셨다.
서로 달라붙지 않게
일일이 가지런히 나란히 눕히는 정성.
그건 겨울 내내
우리 다락방에 고이 뒀다가
한두 개씩 꺼내 먹는 귀한 간식이었다.
누군가 손님이 오면
그중 가장 반듯하고 예쁜 걸 골라
따끈한 유자차와 함께 내놓기도 하셨다.
달고, 바삭하고, 정겨운 다래과.
그건 단순한 과자가 아니었다.
엄마의 겨울, 가족의 겨울,
그리고 나의 유년이 오롯이 박힌
겨울 한편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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