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쌀과자 만들던 겨울
〈쌀과자를 만들던 겨울〉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35화
겨울이 깊어갈수록
엄마의 부엌은 더욱 분주해졌다.
이번엔 다래과 대신 쌀과자를 만든다.
동글동글 꼬아내던 타래과와는 달리
이번엔 정갈한 네모 모양이다.
엄마는 하루 전부터
불린 쌀을 곱게 빻아 반죽을 준비하셨다.
그걸 도마 위에 반듯하게 펴서
작은 네모 조각으로 잘라낸다.
말려서 바삭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비로소 튀길 준비가 된다.
튀김 솥엔 기름이 팔팔 끓는다.
하지만 이번엔 속도가 나질 않는다.
다래과처럼 한 번에 여러 개 넣을 수가 없으니
엄마는 조심조심,
쌀과자 한 장 한 장을 손끝으로 집어넣는다.
그 조각 하나가 뜨거운 기름에 닿는 순간,
확— 하고 부풀어 오른다.
엄마는 눈을 떼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과자의 모양이 뒤틀리고 맛도 달라진다.
정성으로 부풀어 오른 쌀과자는
이내 금빛을 띠며 바삭하게 튀겨진다.
엄마가 튀겨낸 과자는
곧장 큰언니 손으로 넘어간다.
언니는 준비해 둔 따뜻한 물엿에
그 조각들을 재빠르게 담갔다 꺼낸다.
그러면 우리의 일이 시작된다.
내 동생과 나는
물엿 입은 쌀과자를
한 장씩 꾹꾹 눌러 평평하게 만든다.
막내는 우리가 내민 쌀과자를 받아
마루 끝 소쿠리에 하나씩 가지런히 눕힌다.
“빨리 식어야 더 맛있어.”
엄마 말에 우린 바람결 부는 마루에
살짝 문을 열어 두곤 했다.
소쿠리마다 바삭바삭한 쌀과자가
예쁘게 줄 맞춰 누워 있었다.
그날 하루
우리 집은 기름 냄새와 물엿 냄새,
웃음소리와 바쁜 손길로 가득 찼다.
쌀과자의 바삭한 한입엔
가족의 시간과 정성이 꾹꾹 눌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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