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아빠의 선물
〈아빠의 선물〉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36화
아빠는 참 지혜로우셨다.
외지로 태평소 공연을 다니느라
부재중이신 날이 많았지만,
집에 오실 때면 꼭 무언가를 손에 들고 오셨다.
어느 날은 작은 고무공,
또 어떤 날은 콩콩이,
혹은 야구 방망이와 공 세트일 때도 있었다.
대개는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
하지만 아빠는 늘 내 눈을 마주 보며
“미숙아, 선물 사 왔다. 이건 네 거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 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게 동생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라는 걸
어린 마음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항상 내게 먼저 주셨고,
나는 실컷 가지고 놀다가
동생들에게 놀이 방법을 가르쳐주며
함께 나눠 놀았다.
아빠는, 아들들을 운동시키고 싶은 마음과
딸이 상처받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 사이에서
참 다정한 균형을 아셨던 분이다.
나는 그 마음을 알면서도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없어도 되지 않는 걸
가졌다고 느끼게 해주는 분이셨다.
게다가 아빠는 내게
책 전집을 꼭 사주셨다.
그 시절엔 책을 집집마다 팔러 다니던 분들이 많았는데,
아빠는 자주 그런 전집을 사 오셨다.
가끔은 속아서 사 오신 듯한 책들도 있었지만
난 좋았다.
책을 가장 좋아하던 사람은 나였으니까.
새 전집이 우리 집에 도착하면
나는 표지부터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 책의 냄새, 감촉, 그리고 세계에 빠져들었다.
아빠는 그걸 아셨던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책 속에 담아 건네주시곤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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