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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엄마 나도 구두신고 싶어요

43화. 엄마, 나도 구두 신고 싶어요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장터에는 크고 작은 가게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신발 가게였다.


철제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인 운동화, 고무신, 고무장화, 구두.

그 앞에만 서면 마음이 들뜨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풀빵 냄새도 잠시 잊을 만큼

나는 신발에 빠져들었다.


엄마는 꼭 신발을 신겨보시고 사주셨다.

가게 아저씨가 “이게 잘 나가요” 하며 꺼내주는 운동화를

우리는 조심스레 발에 넣어보고

엄마는 앉은 자세로 무릎을 굽히고 내 발끝을 눌러보셨다.

“앞에 손가락 하나 들어가야지. 금방 크잖아.”

엄마는 늘 살짝 큰 걸 사주셨다.


그 말씀이 틀린 적이 없었다.

발은 금방 컸고,

그 신발은 내내 편했다.

하지만 나는 슬쩍, 예쁜 구두 앞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가느다란 끈이 달린,

작은 구슬 장식이 반짝이는 분홍색 구두.


“엄마, 나도 저런 거 신으면 안 돼?”

나는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러면 엄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셨다.

“구두는 소용없어. 놀다가 다치기나 하지.”

“나는 크면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예쁜 신발, 옷 다 사줄 거야.”

괜히 서운한 마음에 그런 말을 내뱉고는

동생들이 신는 신발까지 챙기느라

신발 가게를 더 오래 구경하지도 못했다.


그때의 엄마는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집에 가져가면 흙투성이가 될 운동화라도

튼튼하고 발 편한 것이면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나는 늘 생각했다.

‘나는 꼭, 내 딸한테는 구두 한 켤레쯤 사줘야지.’

그렇게, 아주 오래된 꿈이

장터 신발가게 앞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는 자식들 신발부터 먼저 챙기시고

본인 신발은 한참 지나서야 조용히 골라 신으셨다.

그래도 난 어릴 때 그랬다.

엄마한테도 반짝이는 구두 하나쯤 어울린다고,

내가 사드릴 거라고 입술을 내밀며 중얼거리곤 했다.


그 마음이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시장 골목에서 가끔

아이 구두가 진열된 모습을 보면

그때 엄마 치마자락을 붙잡고

아쉬운 눈으로 신발을 바라보던

내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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