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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Sep 04. 2020

영어 재교육 과정의 장, 단점

몬트리올 간호사 재교육 과정을 중심으로

지난 글에서는 한국 경력 간호사가 퀘벡(몬트리올)에서 재교육을 받는 과정 및 개설되는 학교에 관해 개요를 써 보았다. 오늘은 그 다섯 군데의 Cégep(College를 뜻하는 불어) 중 영어 과정의 장단점에 관하여 써 보겠다. 이 글은 간호사 직군과 관련해 쓴 글이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퀘벡에서 영어와 불어 중 어떤 언어에 더 중점을 두고 살아야 하는지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영어와 불어 각각의 현재 수준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 같다. 언어적인 부분을 강조하여 다음 기회에 '퀘벡에서 영어 불어와 함께 산다' 매거진에 써 보도록 하겠다.




우선 영어 과정의 장, 단점을 먼저 설명하며 나의 경우와 주변 분들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다.


1. 영어 Cégep (Jonh Abbott College) - RN(Registered Nurse) 과정


1) 장점


언어적인 면에서 수업 과정 중 받는 스트레스가 불어 과정에 비해 적다.

학교를 다닐 당시는 과제(개인 또는 팀), 실습 등으로 영어 과정도 당연히 힘들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어보다 영어를 편안하게 느낄 것이다. 또한 재교육 과정은 내, 외과 간호학의 복습으로 한국에서 간호사를 했고, 면허까지 받았다면 크게 새롭지 않은 부분이다. 수업을 불어로 듣고 과제를 불어로 제출해야 한다면 그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얼마나 상당할지 상상이 쉽게 될 것이다.


영어 의학 용어나 약어에 익숙한 편이다.

한국의 병원도 의학 용어와 약어를 영어로 많이 쓰기 때문에 이미 익숙한 편이다. 단 2010년경 이후로 대학을 졸업하신 경우 한국어로 의학 용어를 배워서 영어 의학 용어가 생소하다고 하는 분도 계셨다. 의학 용어의 특성상 어원이 라틴어인 경우가 많으므로 불어나 영어 둘 다 발음이 유사한 경우는 많다. 하지만 약어의 경우 순서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심장 마비의 영어 약어는 MI (Myocardiac Infarction), 불어 약어는 IM (Infartus du Myocarde)이다. 이 경우는 아주 짧아서 MI가 IM으로 순서만 바뀌지만, 긴 약어의 경우 철자의 순서가 섞이는 경우도 많다. 또한 단어 자체가 다른 경우, 완전히 다른 약어가 만들어지게 된다. 또한 이미 입에 MI가 붙어서 불어로 IM을 빨리 떠 올리기도 쉽지가 않다.


타주로 면허 전환을 할 경우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퀘벡 영주권을 소지하고 퀘벡에서 면허를 받은 후 타주 면허로 전환하여 그곳에서 간호사를 할 계획이라면 영어과정을 추천한다. 온타리오 주와 같이 불어도 쓰는 경우는 불어로 과정을 마쳐도 하등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불어까지 어느 정도 하면 불어하는 간호사를 선호하니 더 좋은 포지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BC 주와 같이 불어를 쓰는 경우가 흔치 않은 주는 아무리 캐나다가 영어, 불어 이중 언어를 공식 언어로 한다 해도 사정이 달랐다. 나의 경우 BC주 간호사 면허를 함께 가지고 있다. 몬트리올 간호사 면허를 BC주 면허로 전환할 당시 여러 서류를 제출하였지만 학교를 영어로 다녔다는 부분도 인정되어 IELTS 성적 제출을 면제받았다.


타주로 가려는 주요한 이유가 대부분 불어가 힘들어서 일 것이다. 타주로 옮겨 영어로 학교를 다니거나, 간호사를 하려는 경우이므로 영어로 과정을 마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한국 간호사는 몬트리올에서 영어로 조무사 과정을 들었고 온타리오주로 가 부 간호사(LPN) 과정을 영어로 들었다. 몬트리올에서 들었던 그 조무사 과정을 인정받아 일정기간 교육 감면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온타리오 주로 이동을 원하시는 경우, 특히 한국에서 학사 학위가 없어도 퀘벡에서 임시 면허만(프랑스어 시험 통과 전 간호사 면허 시험만 통과한 경우) 받은 후 온타리오주 면허로 전환이 가능했다. 온타리오주는 원칙적으로 학사학위가 있는 간호사만 면허 등록을 할 수 있다고 공지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3년제 간호과를 졸업한 경우, 그리고 내가 일한 병동에 몬트리올에서 세젭을 졸업하고 아직 학사 학위가 없는 동료 간호사, 이 둘 모두 아무런 문제 없이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온타리오 주 간호사 면허로 전환할 수 있었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하고 타주로 옮길 계획이라면 타주에 비해 재교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을 현저히 절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사실 퀘벡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이민자들을 반길 수는 없다. 일종의 '먹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한다. 언어라는 것이 마음먹은 만큼 그렇게 빨리 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캐나다는 RN(Registered Nurse)과 LPN(LPN: Licensed Practical Nurse) 두 종류의 간호사가 있다. RN이 모든 assessment(환자 사정)에 책임이 있고 LPN은 RN과 함께 팀을 이뤄 일한다. 한국으로 보자면 LPN은 functional nursing(투약 또는 간호처치 중심)을 하는 간호사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2) 단점


학교 입학 시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물론 이 부분은 불어 과정도 마찬가지이나 영어의 경우 학교가 한 군데밖에 없어서 시험을 볼 기회조차 그만큼 한정적이다. 경쟁자들이 주로 인도, 필리핀, 나이지리아, 이란, 레바논 등에서 온 간호사들이다. 물론 중국 간호사들도 많지만 의학 용어를 소리가 비슷한 한자로 바꾸어 발음하는 중국의 문화로 인해 한국 간호사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편이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공식 언어가 영어이고, 인도나 필리핀 간호사들의 경우 간호학을 힌디어나 따갈로그어가 아닌 영어로 배운 경우, 정말 영어를 잘한다. 게다가 그들이 주로 미국 또는 아랍국가들의 미국 병원에서 근무한 경우가 많다. 이란과 레바논 간호사들의 경우 영어도 잘 하지만 불어를 한국인에 비해 잘하기 때문에 인터뷰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다.


영어 과정이라도 영어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인터뷰를 영어뿐만 아니라 불어로도 하기 때문에 한국 간호사가 여러모로 불리하다. 나와 같은 반이었던 유일한 중국 간호사는 1차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2차 구술시험에서 한차례 떨어졌다고 했다. 당시 시험관에게 불어를 더 연습한 후 다음 기회에 응시하면 붙여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시험 형식은 I-CELBAN으로 (Canadian English Language Benchmark Assessment for Nurses) 해외에서 교육받은 간호사들을 위한 CELBAN 시험이다. 읽기와 쓰기는 그나마 준비가 가능한 부분이지만, 듣기의 경우 들으면서 동시에 답을 찾거나 써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영어 실력이 있지 않으면 어렵다. IELTS 성적이 모든 것을 대변해 줄 수는 없겠으나 최소 overall 5.5는 되어야 준비로 극복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불어로 인한 많은 단점을 감수해야 한다 - '세상에 공짜 없고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

언급한 격언은 인생 불변의 진리인 듯하다. 퀘벡으로 이민 온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으며 일정기간 불어를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진다. 한국인의 경우 처음부터 불어가 중상 이상인 경우는 불어를 전공자를 제외하고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초보 단계부터 얼마간 배우다가 영어로 재교육 과정을 듣게 되면 숙제나 실습에 치여 불어를 공부할 짬이 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나마 배웠던 불어까지 많이 잊어버리게 된다. 나는 낮에 수업을 마치면 저녁에 불어 파트타임을 들었다. 반 친구들이 육아를 하는 시간에 불어 수업을 듣겠다는 각오로 시작했지만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 결과로 반 친구들에 비해 간호사 불어 시험을 빨리 합격한 편이었다. 하지만 정작 졸업 후 영어 병원에서 일을 구할 당시 인터뷰를 하게 되면 불어 말하기가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곤 했다.


말하기는 하면 할수록 느는 것이 당연하다. 아무리 영어 병원(주로 맥길 병원들)에 지원을 해도 불어만 하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불어를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 영어 병원의 많은 간호사들이 영어와 불어 Bilingual(두 언어를 하는 사람) 들이다. 그래서 영어가 그렇게 특출 나지 않는 한국인의 경우라면 영어도, 불어도 어느 정도 이상 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나와 비슷한 시기 또는 더 늦게 불어 재교육 과정을 이수한 한국 간호사들이 나보다 훨씬 빨리 영어 병원에서 일을 구했다. 그들의 경우 영어도 잘했으므로 불어 과정을 들은 후 불어에 훨씬 더 익숙한 상태였다. 영어가 중급 이상 되는 경우 한동안 영어를 쓰지 않더라도 다시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불어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물론 일을 구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도 있지만 불어가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영어로 일을 먼저 구하고 불어는 일하면서 꾸준히 계속 늘려 나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성격상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위축이 잘 되는 편이다. 그래서 불어 재교육 과정을 들었다면 매일 통과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했을 것 같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배우는 편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입을 닫아 버리는 쪽으로 될 것 같아 두 갈래의 길 중에 그나마 '꽃길'을 선택했다. 일을 구하는 '가시밭길'이 예상했던 것에 비해 길어서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 길에 인생에 대해 또 배웠으니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선택한 이민의 길이지만 가족과 떨어져 타국에 살면서 나를 심하게 다그쳐 뭔가를 이루려는 것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변명 같지만 그 선택을 했던 것에 후회는 없다.




오늘은 간호사 영어 재교육 과정의 장, 단점에 대해서 써 보았다. 장점은 조금이나마 더 익숙한 언어로 공부할 수 있고, 향후 퀘벡이 아닌 타주로 이동을 계획하는 경우, 타주에서 면허를 받는 것보다 돈을 거의 안 들이고 빠른 시간 내에 면허를 취득하는 길이 될 것 같다. 단점으로는 입학 시 경쟁률이 높아 입학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졸업 후 퀘벡에서 일할 경우 불어를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는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다음 글에서는 불어 과정 이수의 장, 단점을 연이어 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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