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로 재교육 과정을 듣는 것에 있어서 단점은 없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영어 과정에 비해 힘들지만 눈물을 머금고 묵묵히 해 낸다면 공식 언어를 프랑스어로 하고 있는 퀘벡에서 단점이 있을 수 없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불어를 공식 언어로 쓰고 있는 곳에 '이방인'이 들어와서 자꾸 영어를 쓰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로 일하고 있는 나도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또는 공공 기관에서 간단한 업무를 볼 때면 최대한 불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동료 간호사들 중에 영어와 불어를 둘 다 하는 Bilingual 들은 자신들끼리 있을 때 불어로 대화하는 걸 자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내가 영어를 해도 되는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지, 불어를 못해도 된다 라고 여기지 말아야지' 하고 나 자신을 일깨울 때가 많다.
즉, 불어 재교육 과정의 단점은 정말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다. 그만큼 가치가 크다는 뜻이 되겠다. 내가 불어를 배울 때 선생님들께서 Francisation(불어로 프랑시자시옹, 이민자들이 듣는 프랑스어 수업을 통칭하는 단어로 볼 수 있음)을 모두 마치면 불어 재교육 과정을 들을 귀가 어느 정도 트인다고 했다. 학교마다 단계의 차이는 있지만 처음부터 들을 경우 최소 1년 이상은 공부해야 그 불어 수업을 끝마치게 된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불어 재교육을 하는 학교는 몬트리올 도심에 두 곳이 있다. 캐나다 타주에 비해 몬트리올은 불어를 하는 아랍국가 또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다. 이 쪽 이민자들의 수도 적지 않기 때문에 입학시험을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시험 성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DELF B2 또는 TCF B2를 획득할 실력이 된다면 의학 용어를 불어로 공부해가며 입학시험 준비를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어 재교육 과정을 입학하기 전 불어 공부로 인한 준비 시간이 꽤나 걸리기 때문에 이 과정을 선택하는 한국인 간호사들은 향후 퀘벡에 거주하겠다고 마음먹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퀘벡은 이민자들이 자녀 교육을 하는 데 있어 경제적인 지원을 많이 해 주는 곳이며 물가도 타주에 비해 낮다. 주로 자녀 교육을 위해 퀘벡에 계속 거주하겠다고 결심한 경우, 불어를 잘하면 잘할수록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린다. 몬트리올에는 영어 병원의 수에 비해 불어 병원이 현저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어 재교육 과정을 이수한 한국 간호사가 바로 불어 병원에서 불어만 쓰면서 간호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로 한국 간호사들은 영어든 불어든 재교육 과정을 졸업한 후 영어 병원에 취직을 한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이민 온 한국 간호사 중 불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건너서 아는 분 중 계속 몬트리올에 거주하실 계획을 가지고 한국에서 이민 오기 전부터 불어를 아주 열심히 하셨다는 분 소식은 들었다. 불어의 특성상 영어보다 배우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그분은 불어 프랑시자시옹을 마치고 불어로 부 간호사, 즉 LPN(Licensed Practical Nurse) 과정을 이수한 후 다시 불어로 RN (Registered Nurse) 과정을 들었다고 한다. 굉장히 불어를 잘하신다고 들었고, 그분이 불어 병원에 취직을 하셨는지 나도 참 궁금하다. 그렇다면 꾸준히 힘든 시간을 견뎌내신 그 끈기에 존경을 보내고 싶다. 그나마 익숙한 영어로 일하는 것도 힘든데 불어로 일을 할 정도로 만든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퀘벡 영주권자의 경우 등록금이 굉장히 저렴하고, 학자금 대출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그렇게 불어를 익혀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나는 솔직히 그럴 자신도 의지도 없었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간호학 공부를 하루라도 덜하고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 언어는 일을 하며 평생 늘려야 하기 때문에 돈을 벌면서, 나의 시급을 올리면서 계속 해 나가고 싶었다.
이번 글에서는 간호사 재교육 과정을 불어로 듣는 것의 장, 단점에 관하여 써 보았다. 장점은 향후 영어 병원에 취직을 하더라도 불어를 빨리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불어를 잘함으로써 좋은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학교를 들어가는 데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 영어 과정에 비해 언어적인 면에서 훨씬 힘들 수 있다.
열자의 탕문편에 나오는 愚公移山(우공이산)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옥황상제가 산을 옮기는 노인 우공의 정성에 감동하여 천계에 가장 힘이 센 거인 신인 과아씨의 두 거인 아들을 시켜 두 산을 들어 옮겨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무 위키 참조)
서른이 넘어 이민을 와서 영어와 불어를 하루하루 배워 익히고 사는 나는 두 언어를 Bilingual 수준으로 잘할 수는 없을까? 하는 어리석은 꿈을 꿀때가 많다. 비록 어리석고 힘든 일 같지만 차근차근 실행하면 그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고사성어처럼 Bilingual 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어를 영어 수준만큼 끌어올리는데 정성을 쏟아보려 한다. 그 어떤 신이라도 감복하여 귀가 확 트이는 선물을 주시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