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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Sep 15. 2020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변할 수도 있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의 간호사 경력 관리 (마인드 편)

수많은 책과 강연을 통해 우리는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많은 조언을 얻곤 한다. 특히 20대 젊은이들이 진로를 선택할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민을 오고 난 후 외국에서 살다 보니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에 의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이민을 오기 전 한국에서 간호사 경력을 유지함에 있어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점을 써 보고자 한다. 이 내용이 잘하는 일 그리고 좋아하는 일과 관련이 깊은 것 같아 서두를 그렇게 시작해 보았다.




나는 이민을 오기 전 한국에서 대부분 내과병동의 간호사로 근무했었다. 부끄럽지만 나의 자랑을 하나 해 보고자 한다. 내가 일했던 대형병원에서는 분기별로 친절 직원을 뽑아 포상을 해 주었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써 주신 칭찬카드를 통해 선정되는 그 친절 직원에 나의 이름이 자주 오르곤 했다. 그 카드의 내용은 대부분 이러했다. '예정된 검사나 현재 상황 또는 향후 일정에 대해 기다리기 전에 설명해 주어 감사했다' 혹은 '의사 선생님께 다 말하지 못한 부분을 중간에서 잘 챙겨주어 감사했다'. 이렇듯 한국에서 내가 잘하는 일은 소위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일이었다. 나는 활발한 성격도 못되고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은 한국에서나 이곳에서나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을 필요에 의해 했더라도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니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환자와의 상호작용을 조금씩 더 좋아하게 되었다. 스트레쳐 카에 실려서 입원할 정도였던 환자들이 걸어서 퇴원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의 가족의 일 마냥 행복하고 뿌듯했다. 이런 '언어적 상호작용'이 힘든 '중환자'를 간호하는 일은 그러한 느낌을 받기 힘들어서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경력을 살려 몬트리올에서도 내과병동의 간호사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원어민에 비해 언어적인 장벽이 있다 해도 원래 가지고 있던 나만의 간호 스타일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설명이 필요한 순간에 늘 환자와 가족들에게 미리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정작 환자는 내가 정맥주사를 잘 놓거나 필요한 간호처치를 빨리 수행해 주는 것에 훨씬 더 감사하는 듯했다. 물론 한국 환자들 또한 그 부분을 싫어하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말로써 할 수 있는 정신적인 지지의 부분이다. 예를 들어 적재적소에 간호사가 농담을 던져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외국인인 우리가 탁월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농담의 특성상 바로 못 알아들어서 다시 물어보는 순간 재미가 반감되는 면도 없지 않다. 또한 환자가 간호사와 농담 혹은 사담을 한국에 비해 훨씬 즐기는 이곳의 문화도 한국인 간호사가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환자들 뿐만 아니라 동료들 사이에서도 한국인 간호사들은 간호 처치의 '손기술'이 좋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한국에 있을 때 나는 손이 엄청 빠른 간호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속도와 기술면에서 빠르다는 점을 인정받는다. 즉, 잘하는 혹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상황에 의해 바뀌면서 좋아하는 부분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성격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일을 잘하게 되면 일정 이상은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는데 계속해서 성과가 나지 않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로 받게 된다면 어떨까?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그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특히 간호사로서 병원이라는 환경에서 일하는 점은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이렇듯 잘할 수 있는 일을 강화하다 보니 중환자실 간호사로 도전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죽음'과 자주 직면하는 것이 싫어서 중환자실 간호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은 평생 언어적인 면을 노력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꼭 하나는 지녀야 좀 더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 '외국에 가면 특수 파트 경력을 가진 간호사들이 취직하기 쉽다'는 이야기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또한 모국어로 간호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웬만하면 응급 상황이 많은 특수 파트는 피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스스로 중환자실 간호사로 지원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죽음'과 자주 맞닥뜨리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을 더 발전시켜 만족감을 키우는 것이 좋아하는 일로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오늘은 간호사로서 외국에서 근무함에 있어 이민 전 한 번쯤 생각해 볼 부분에 대해 써 보았다. 다음 글에는 중환자실 간호사로 새로운 선택을 한 세부적인 이유와 함께 이민 전 한국에서 간호사 경력관리에 관해 실질적인 예를 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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