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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Jul 15. 2020

퀘벡 간호사 생활,
아무리 힘들어도 감사하는 이유

나는 30대 후반에 몬트리올로 이민 와서 고군분투 중인 평범한 '이민 1세대' 간호사이다. 


이민 온 지 약 삼 년이 지났고, 되돌아보니 그저 '공부하고 적응하느라 늘 피곤했다'라는 생각만 든다. 힘든 시간을 각오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약 열 배정도 강했던 것 같다. 영어를 쓸 수 있지만 프랑스어가 제1의 언어인 몬트리올의 특성이 그 강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성인이 된 후 두 언어를 취미 아닌 생계를 위해 배우는 것은 고통마저 수반하는 경험이 아닌가 한다. 두 언어를 배우며 겪는 많은 에피소드는 외국어 공부 매거진을 한번 만들어 볼까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힘들고 피곤해서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웃음이 많이 줄었다. 웃음이 준 만큼 인생에 대해 많이 배우고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한다. 쓰고 보니 참 웃픈 현실이다.


힘들었지만 많은 것에 감사했고, 감사하는 이유를 찾아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아 억지로 찾을 때도 많았다. 마치 부모님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는데, 그 결혼 생활이 힘들 때 부모님께 하소연하지 못하고 온전히 책임져야만 하는 현실처럼...


첫째로, 공부를 거의 무상으로 할 수 있어 감사한다. 


언어를 배우는 것도, 한국 간호사 면허를 퀘벡 간호사 면허로 전환하기 위해 재교육 과정을 듣는 것도 국가가 모두 지원해 주었다. 이민 후 일정 기간 동안 불어를 풀타임으로 배우면 생활비까지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민자들이 캐나다 경제를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방인'인 이민자들에게 노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교육을 아낌없이 제공해 주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고 또한 마음 깊이 감사한다. 


둘째로, 한국에서 '간호사' 였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간호사'라는 전문직으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민 1세대의 가장 큰 아픔이라면 언어적인 장벽으로 본인의 전문직을 살릴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아직도 늘 언어적인 부분에서 불만족스럽고, 매일 배우는 과정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간호사' 일을 계속하면서, 소위 돈 벌면서 언어를 늘릴 수 있어서 감사한다. 


셋째로, '간호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해 주어 감사한다. 


나는 아직 풀타임 포지션을 얻지 못해서 다양한 베너핏을 누리진 못하지만, 적어도 아플 때는 눈치 안 보고 아프다고, 너무 바쁠 땐 잠시 숨 고를 시간을 달라고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넷째로, 자연에 감사한다. 


인간관계로 인해 상처를 주고받을 때, 이 곳의 자연이 나를 탓하지 않고 보듬어 주어, 타인을 이해할 힘을 다시 얻게 해 주어 감사한다. 


이렇게 오늘도 힘들지만 감사하며 하루를 열심히 살아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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