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장 [새벽에만 남는 사람]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 새벽에 달리세요?”

대단한 이유는 없다.
점심이어도 되고, 저녁이어도 된다.
다만 그 시간에는 늘 무언가가 먼저였다.
일이 먼저였고, 약속이 먼저였고, 책임이 먼저였다.
운동은 늘 마지막에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늘 힘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남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남겨두기로 했다.
그게 새벽이었다.
새벽은 조용하다.
아직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전화도 울리지 않고, 메시지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고요함이 항상 평온한 건 아니다.
그 시간에는 핑계도 같이 사라진다.

“오늘은 좀 쉬어도 되지 않나.”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속마음이
그 시간에는 또렷하게 들린다.

나는 그걸 이기려고 나오는 게 아니다.
그냥 확인하러 나온다.
내가 아직 도망치지 않았는지.

처음에는 그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달렸다.
땀을 흘리면 생각이 멈췄고,
생각이 멈추면 하루가 조금은 견딜 만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다른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욕심이었다.
기록을 다시 줄이고 싶었다.
누군가를 이기고 싶다기보다
한 번 더 나를 증명해보고 싶었다.
‘이 나이에도 아직 된다’는 말을
누군가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서브3라는 숫자가
머릿속에 불씨처럼 남았다.

처음엔 장난처럼 스쳤다가
어느 날부터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컨디션은 오르내리고,
몸은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그 숫자가
나를 다시 운동화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포기해버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운동은 의지로 하는 게 아니라 구조로 한다고 말해왔지만
사실은 안다.
구조 뒤에는 늘 불안이 있다.

아무 구조도 없으면
나는 쉽게 무너질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새벽은 나를 과대평가하지 못하게 한다.

어제의 기록도,
SNS의 반응도,
남의 칭찬도 아무 의미가 없다.

오직 오늘의 몸만 남는다.
어디가 무거운지,
어디가 당기는지,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그 점검이 끝나면
나는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운동을 했기 때문에 강해지는 게 아니다.
운동을 했기 때문에 덜 흔들린다.

새벽은 특별하지 않다.
다만 나를 속일 수 없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에 남는다.
남는 사람이 되려고.

아직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은 시간,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고요 속에서
내 가슴 안에는 작은 불씨가 타고 있다.

크게 번지지 않아도 좋다.
다만 꺼지지만 않았으면 한다.

나는 오늘도
그 불씨를 확인하러
새벽으로 간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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