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3라는 숫자를 입 밖으로 꺼낸 뒤
훈련은 달라졌다.
전과 같은 새벽이었지만 호흡이 달랐다.
이제는 단순히 무너지지 않기 위한 달리기가 아니었다.
조금 더 밀었다.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길게.
몸은 생각보다 잘 따라왔다.
기록은 조금씩 줄었고,
훈련 로그에는 동그라미가 늘어갔다.
그게 문제였다.
좋아지는 느낌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지 않는다.
조금 과감하게 만든다.
회사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밤,
몸은 이미 피곤했지만
나는 또 운동화를 신었다.
‘이 정도는 해야지.’
새벽에도 나갔다.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지.’
종아리가 먼저 말을 걸었다.
무시했다.
골반이 신호를 보냈다.
괜찮다고 넘겼다.
그 무렵 나는
두 개의 전장을 동시에 버티고 있었다.
낮에는 책임,
새벽은 목표.
회복은 그 사이에 끼지 못했다.
어느 날 회의에서
내 말이 평소보다 날카로웠다.
결정은 빨랐지만 거칠었다.
새벽에 트랙을 돌며 깨달았다.
나는 불씨를 키우고 있는 게 아니라
불길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걸.
이 불이
나를 단단하게 할지,
아니면 다시 태워버릴지
그 경계에 서 있었다.
그제야 속도를 낮췄다.
더 열심히가 아니라
더 오래 가기로 했다.
서브3는 도망칠 목표가 아니라
지켜야 할 방향이 되어야 했다.
나는 불씨를 지키는 방식을 배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