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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Jun 29. 2023

미국에서 임플란트

우리 집 남자가 해보겠습니다!

신경치료도 해보고 수술도 했던 남편의 대문니 하나가 마침내 수명을 다했다. 육안으로 봐도 잇몸이 하얀 것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남편은 곧 치과 정기검진이니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발치를 하게 된다면 선택지는 브리지와 임플란트뿐일 텐데. 증~말 둘 다 싫지만 최악을 피해 차악의 선택지를 뽑아야만 한다.


사실 고민이랄 것도 없다. 친구가 앞니 브리지를 했다가 개수가 점점 늘어가고 고생하는 걸 봤기 때문에 이미 내 마음에선 지웠고, 임플란트를 여름에 한국 가서 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예전에 할머니가 하실 때 보니 잇몸에 스크루를 박고 꽤 오래 기다리셨던 것 같아서 찾아봤더니 2~6개월이 소요된다고 했다. 한국에선 못하겠고 미국에서 해야 할 각인데 비용은 둘째치고 기술력을 믿을 수 있을까? 의심해 봤자 달리 방도도 없으니 믿고 진행할 수밖에.


가망없는 치아 되시겠다.


치과 검진 결과 발치를 서두르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어금니 임플란트는 우리 주치의도 진행하는데 앞니는 까다로운 데다 남편은 그 치아에 수술이력도 있어서 스페셜리스트에게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발치와 임플란트 시술은 수술 전문 치과(Oral Surgery)에서 하지만, 발치 후 끼울 가치는 원래 다니던 치과에서 진행해야 해서 그와 관련된 얘기를 나누고 왔다. 가치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착용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부분틀니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식사할 때 반드시 빼야 하는 투명교정기 형태라고 했다. 당연히 전자가 더 비싸고 당연히 그걸로 제작하겠다고 했다. 보험이 조금 적용되기는 한단다.


서두르라더니 수술 전문 치과 상담은 2주 뒤로 잡혔다. 여름에 한 달 넘게 한국에 간다고 했더니 어차피 발치하고 몇 달은 뼈가 자라기를 기다려야 해서 괜찮단다. 20일 뒤에 발치하기로 하고 남편은 갑자기 햄버거도 베어 먹고 치킨도 뜯어댔다. 어차피 뽑을 이, 막 쓰자는 생각인가. 임시 치아 만드는 건 수술 치과에서 원래 치과와 조율하겠다고 했다는데 통 연락이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가 발치 5일 전 원래 치과에 전화했더니 지금 당장 치과로 오라고 했다. 갔더니 모두 퇴근(3시에 문 닫는 치과)하고 주치의만 남아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임시 치아는 며칠 걸린다면서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임플란트 하나 하는데 이만큼...임시치아 비용은 불포함


드디어 발치의 날이 밝았다. 월요일 9시 예약인데 이 뽑고 나면 식사가 어려울 거라서 원래 아침 안 먹는 남편을 깨워 밥을 억지로 먹이고 진통제도 먹였다. 병원에 갔더니 발치하기 전에 비용을 먼저 내라고 해서 $1,280.50을 계산했다. 임플란트 심을 때 아마도 나머지 $2,028.20을 내야 하나 보다. 임시치아는 돈을 따로 내야 하는데 합치면 오천 달러는 나올 분위기다. 아무튼 이를 뽑았는데 안에 염증이 있어서 긁어내고 뼛가루(기증받은 거라 함)를 채워 넣은 뒤 봉합했다고 한다. 단순히 발치만 하는 게 아니었다. 통증과 붓기가 있긴 한데 지난번 수술했을 때보단 덜해서 진통제도 Aleve-Tylenol-Aleve로 끝냈다. 남편은 당일 점심은 거르고 저녁엔 소시지와 동그랑땡 정도를 먹었다. 이틀 정도 봉합 부위에서 뼛가루와 약간의 피가 나왔다고 한다.

발치 후 주의사항

이가 빠진 남편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마스크를 쓰고 식사도 따로 했다. 뭘 그렇게까지 하나 했는데 언뜻 보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앞니는 아주 크고 중요한 녀석이었다.


연락을 준다던 원래 치과에서 아무 연락이 오지 않아 이틀 뒤 전화를 했더니 다음 주 월요일에나 시간이 빈다고 했다. 주말엔 나갈 일도 많은데 이가 빠진 상태로 있을 수 없던 남편은 당겨달라고 사정을 했고 또 갑자기 병원으로 오라는 명을 받았다. 좋아하며 갔는데 아직 잇몸의 부기가 빠지지 않아 임시치아를 낄 수가 없다고 다음 주 수요일로 일정을 다시 잡았다. 그냥 월요일에 갈 것을. 남편의 마스크 착용일과 식사 분리가 더 늘어나게 됐다.


부분틀니를 착용하니 감쪽같긴(시력 0.3이 보기엔) 했다. 잇몸에 고정시키기 위해 접착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크림 형태와 파우더 형태가 있고, 브랜드는 fixodent나 poligrip 등이 있다. 남편은 병원에서 fixodent 크림을 썼다가 토할 뻔했다며 파우더로 부분틀니를 붙이고 왔다. 집에 가는 길에 파우더를 사서 그 뒤로 몇 번 써보더니 밥 먹다 보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파우더 형태는 고정하는 힘이 약한 것 같아 poligrip 크림을 썼더니 그건 역하지 않고 괜찮다고 했다. 부분틀니를 착용한 채 식사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식사가 끝난 뒤에는 세척하고 다시 붙여야 했다.

부분틀니(좌)와 교정기틀니(우)

부분틀니는 식사가 가능하다는 장점 외에는 불편함이 커서 투명교정장치 형태의 임시치아를 추가제작했다. 남편은 평소에는 교정기틀니를 착용하다가 밥 먹을 때 부분틀니로 바꾸고 식사가 끝나면 다시 교정기틀니로 교체하며 사용하고 있다. 추가 제작한 교정기틀니는 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얼마가 나올지도 모르겠으나 없어서는 안 된다 한다.


이렇게 지난한 임플란트 과정의 상반부가 끝났다. 이제 발치한 부분의 잇몸뼈가 충분히 자라길 기다린 뒤 가을에 스크루를 삽입할 예정이고, 그것이 뼈 안에 충분히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아를 끼운다고 한다. 올해 안에 끝나기는 할까?


To be continued…




<남편이 말하는 lesson learned>

1. 발치 후 임시 치아는 두 가지 형태 모두 필요하니 처음부터 같이 맞추자.

2. 치과보험은 좋은 것을 들어두자.

3. 한국에선 발견한 치아 뿌리 crack을 미국에선 찾지 못하고 의미 없는(+고통스러운) 수술을 할 수 있다. 가능하면 한국에서 치료받자.

4. 앞니로 볼펜을 씹지 말자.


<총 치과방문 일정>

4/11 : 일반치과(D) 진료 - 임플란트 결정

4/27 : 수술전문치과(O) 진료 - 향후 일정 논의

5/11 : D 치과 - 발치 후 착용할 임시 치아 제작을 위해 본뜨기

5/15 : O 치과 - 발치

5/18 : D 치과 - 임시 치아 맞춰보러 방문했으나 잇몸 부기가 빠지지 않아 못함

5/24 : D 치과 - 임시 치아(가) 맞춰 보고 픽업. 투명교정기 형태의 임시 치아(나) 추가 제작 요청

6/1 : O 치과 - 발치 예후 체크업

6/6 : D 치과 - 임시 치아(나) 위해 본뜨기

6/14 : D 치과 - 임시 치아(나) 맞춰 보고 픽업

9/28 : O 치과 - 뼈가 다 자랐는지 X-ray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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