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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Jun 17. 2023

남자도 방광염에 걸립니다.

우리 집 남자가 걸려보겠습니다!

아이가 학교 갈 시간인데 남편이 도통 일어나질 않는다. 깨어있기는 하지만 영 일어나기 어려운 눈치다. 그래도 어찌어찌 일어났는데 힘들어 보여 그냥 내가 데리고 갔다. 우리 남편은 지금 방광염에 걸렸다.


이틀 전 남편이 소변볼 때 잔뇨감이 든다는 얘길 했다. 증상을 들어보니 방광염 초기인 것 같았다. 난 임신준비를 하면서 두 번 걸려본 적이 있는데, 처음 걸렸을 땐 잘 몰라서 혈뇨까지 본 뒤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항생제를 먹고 나았다. 두 번째는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심한 증상 없이 나을 수 있었다. 그 뒤로 이 병에 걸리는 게 너무 싫어서 여성용 유산균을 꼭 복용하고 있다. 덕분인지 아직까진 재발하지 않았다. 미국에 오면서 혹시라도 걸릴까 봐 필요한 약도 검색해 둔 게 있어 일단 남편에게 알려주었다. 통증이 심해지면 혈뇨까지 진행되는 건 금방일 터라 병원에 가야 할 거 같다고 말해줬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더니 그날 밤 불편함이 더 심해졌다며 약국에 가서 AZO Urinary pain relief를 사 왔다.


다음날 아침 남편에겐 통증과 빈뇨 증세가 나타났고, 바로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는데 하!필! 학회 참석으로 인해 이틀 동안 휴진이라는 게 아닌가. 항생제 없이는 낫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 얼전트 케어를 갈까 하다가 비대면 진료를 찾아봤다. 많이 들었던 Teladoc은 남편 회사 보험에서 연계가 되어있긴 한데 의사 진료를 받고 진행되는 거라 시간이 걸릴 것 같아 패스. 비용도 $75달러라 싸지 않다. GoodRx(goodrx.com)가 후기가 많길래 가입하고 진행했는데 남자는 UTI(Urinary Tract Infection) 항목 선택을 못하게 되어 있었다. 왜?? 최종적으로 들어간 곳은 CallonDoc(callondoc.com)인데 건강상태에 대한 많은 질문에 대해 답을 하고 나니 의사 리뷰를 진행하겠다고 떴다. 20분 정도 지나자 리뷰가 끝났고 처방전을 지정한 약국으로 보내겠다는 알람이 왔다. 한 시간 정도 지나 약국에 가서 항생제를 찾을 수 있었다. 온라인 진료는 보험 없이 $39.99를 냈고, 약은 보험 적용해서 $10을 내서 총 $49.99 들었으니 얼전트케어보다 선방했다.

온라인으로 처방 가능한 항목 (callondoc.com)

어제 항생제를 두 번 먹고 AZO도 먹고 있지만 아직 차도는 없는지 오늘 아침의 남편은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남자의 신체구조상(?)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오전에 회의도 있으셔서 결국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컴퓨터 앞에 가서 앉길래 측은지심으로 물과 간식을 가져다 드렸다. 한 일주일 전부터 컨디션이 영 안 좋아 보이더니 면역력이 떨어졌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뭐가 됐든 약간 슬픈 것 같다. 그런데 웃음도 약간 나는 건 왜일까. 미안해 남편! 언능 낫자!


“(걸을때마다)어우, 어우, 당신도 이렇게 아팠어? 안 그랬던 거 같은데.”

그렇게 아팠어. 내가 아플 때 당신이 못 봤을 뿐이야.



표지 사진: UnsplashHassan Sher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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