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이름
컹! 크엉! 컹컹!
개가 짖는 거 같은 소리와 희미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화들짝 잠에서 깼다. 아이 방으로 가보니 아이가 침대에 앉아 기침하며 엄마를 찾고 있었다. 그놈이다. 느낌이 왔다. 글로만 봤던 그것이 우리 아이에게 왔구나. 이름도 생소한 크룹이란 녀석이.
일단 아이를 안아 물을 먹이고 진정시켰다. 울면 호흡곤란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게 기억나서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 오디오북을 틀어 집중하게 했다. 찬 공기가 도움이 된다고 해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틀어둔 가열가습기를 끄고 증류수 넣은 초음파가습기를 틀었다. 열도 없고 기침도 금방 진정되는 걸 보니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 아이도 나름 놀랐는지 “또 기침하면 어떡해” 하며 침대에 눕지 않으려 했다. 흔들의자에 앉아 아이를 안고 흔들흔들하며 동화를 열 개쯤 들을 무렵 아이의 편한 숨소리가 들렸다.
아이를 눕히고 소아과 온라인 예약시스템에 들어가서 빈 슬롯이 있나 봤더니 다행히 두 개가 있었다. 예약 없이 당일진료 보러 갔다가 퇴짜 맞고 Urgent care에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주치의는 아니지만 예약(예약비용 25달러 결제해야 예약되는 이 자본주의 나라)을 걸었다. 학교에는 아파서 못 간다고 연락을 하고 진료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갔다. 몇 가지 묻고 아이 상태를 보더니 크룹이 맞다며 약을 먹고 가라고 했다. 순간 너무 기뻐 야호를 외쳤다. 약국에서 약이라도 탈 수 있게 처방해 주면 좋겠다고 맘 졸이며 갔는데 이렇게 일사천리로 약까지 먹게 되다니 꿈인가.
보통 미국 병원의 처방 1 : 크룹이지만 심하지 않으니 집에서 계속 지켜보세요. --> 계속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다 한밤중에 기침 심해지면 응급실 가야 함. 병원비 폭탄 맞음.
보통 미국 병원의 처방 2 : 크룹약을 처방해 줄 테니 약국에서 타가세요. --> 지정 약국 가서 처방전 내고 또 몇 시간 기다렸다가 약 타러 가야 함
크룹은 증상이 발현된 이후에는 전염성이 거의 없으므로 기침만 안 나면 등교해도 된다는 확답도 받았다. 약 덕분인지 그날 밤도 무사히 넘기고 더 이상의 기침은 없었다.
휴, 이번 판은 가볍게 깨고 간다.
표지 사진: Unsplash의Kelly Sikk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