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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Apr 11. 2023

수도세 유감

아파트 살고 싶다

지난해 12월 중순이었나. 짧은 겨울방학 직전에 동네 아이 친구 엄마가 우리 집 앞 수도시설에서 물이 샌다면서 HOA에 신고했다고(이렇게 고마울 수가!) 알려줬다. 우리 동네는 집 앞 정원을 HOA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날 오후 HOA에서 직원이 와서 확인한 뒤 밸브를 잠갔다. 혹시 스프링클러 켜놨으면 잠그라고 하길래 10월 우기부터 잠겨있다고 답했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다.


너네가 고쳐야 해


해가 바뀌고 1월 12일에 시청에서 직원이 방문했다. 우리 집 수도 사용량이 갑자기 솟구쳐서 확인차 왔다고 했다. 한 달 지나서요?? 지난달에 HOA에 얘기해서 잠갔다고 했더니, 물이 더 이상 안 새는 건 맞는데 이건 여름이 되기 전에 너희가 고쳐야 하고, 곧 청구될 수도세가 평소 사용량의 몇 배는 될 것 같으니 감면요청을 해보라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처음 신고해 준 동네 토박이 엄마에게 말했더니 그건 HOA 담당구역인데 이상하다며 요금이 나오면 HOA 사무실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요금 실화입니까


2월 6일, 드디어 명세서가 왔다. 11월-12월 사용한 금액이 지금 청구된 것인데 1317.57달러가 나왔다. 하하하 그냥 웃지요. 사실 9월-10월 요금도 평소에 비해 50~60달러 정도 많이 나왔는데 10월 말부터 이미 누수가 발생했던 건가 보다. HOA에 얘기했더니 자기들이 관리하는 영역의 수도세는 따로 청구되기 때문에 이건 우리 집 영역에서 발생한 누수가 맞다고 한다. 시청 직원이 했던 말이 맞았던 거였다. 겨울이라 동파된 것일 수도 있고, 나무뿌리가 수도관을 부서뜨려서 그럴 수도 있다며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했다.


AI시대에 살아남을 몇 안 되는 직업
그 이름, 배관공


검색해서 나오는 업체 중 평점이 3 이상인 몇 곳에 전화를 했는데 다들 음성을 남기라는 자동응답멘트만 나왔다. 몇 군데 메시지를 남겼는데 한 곳에서만 답이 왔다. 그마저도 정확한 날짜는 정해주지 않고 며칠 뒤 방문하겠다고만 했다. 이것만 믿기엔 우리 미국살이 경력도 적지 않아 대안이 없을까 고민해 보았다. 매년 이 도시에서 백플로우 검사를 진행하는 업체 중에 이메일 연락처를 표기한 곳이 눈에 띄었다. 구글에서 검색은 안 되지만 시에서 보내는 공문에 기재된 업체니 문제는 없겠다 싶어 이메일로 문의했더니 거긴 2월 24일에 오겠다고 당일 답변이 왔다. 남편 회사 동료도 집에 수도관이 터져서 배관공을 찾고 있는데 그쪽 지역도 연락되는 업체가 거의 없단다. 이 주 뒤라도 일정을 잡은 게 다행인가 보다.


배관공 R 씨가 와서 보더니 동파된 것이 맞고 파이프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비가 내리지 않고 춥지 않은 날에 작업해야 한다며 일기예보를 뒤져 3월 1일을 작업일로 정했다. 비용은 300달러를 불렀는데 급한 사람이 어디 흥정을 할꼬. 콜! 약속한 날 R 씨가 와서 약 두 시간 동안 작업을 했고, 밸브를 열어도 물이 새지 않음을 확인하고 작업확인 영수증을 받았다. 그 문서를 첨부하여 One-time leak adjustment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시청에 바로 보냈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시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우리가 신청한 건에 대해 접수가 됐고 곧 리뷰할 예정이라고 했다. 접수 확인 메일을 기대한다면 그게 바로 사치!


깎아는 드릴게

4월 5일에 수도세 감면 결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이메일로 받았다. 알아서 9-10월 누수에 대해서도 반영해 주는구나 하며 좋아했는데, 다음날 우편으로 온 명세서를 보니 이메일에 적힌 최종금액 600달러보다 많았다. 계산해 보니 크레디트로 줬다는 9-10월 누수분 $59.66이 최종금액에 오히려 더해서 나온 걸로 보였다. 두 내용이 상충되는 것 같아 문의했더니 크레디트는 다음번 청구서에서 감면해준다고 한다. 결과적으론 네 달 치 요금으로 $600.95를 내게 됐다. 통상 내던 것보다 좀 더 나왔지만 이만하면 됐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 여기 미국이다.

드디어 감면을 받았음


 자, 그렇다면 수리비 300달러를 집 보험회사에 청구해 볼까? 줄지 안 줄지 모르지만!




수도세 냈는데 수도 끊겠다는 공문을 받았습죠. 시청에 또 문의하니 무시해도 된다고 합니다. 물 끊기는 줄 알고 잠시 식겁했네요


표지사진: Unsplash의 the blow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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