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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May 24. 2019

미국살이 한 달에 얼마나 필요할까?

돈 좀 써보겠어요


말일에 급여가 들어오면 신용카드비용을 내고 1일에 모기지가 빠져나간다. 그리고 생각한다.


돈 다 어디 갔어?


미국에서 3인 가족이 먹고살려면 한 달에 얼마나 드는지 지극히 개인적인 소비내역을 적어본다. 옳고 그름의 잣대보다는 미국살이의 한 예로 봐주시길.


4월 가계부를 보면 이렇습니다


모기지(mortgage)


이번 달 모기지 청구서

집을 사면서 30년 동안 갚는 모기지를 받았다. 매달 내는 모기지비용 안에는 원금과 이자 그리고 escrow가 포함되어 있다. escrow는 재산세(property tax)와 보험료를 말하는데, 집의 가치가 올라가면 재산세가 올라서 모기지비용도 오른다.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 King County는 재산세 비율이 1.025%인데 구매 후 집 평가액이 올랐는지 1년 지나고 모기지비용이 $166.3 추가되었다.

중요한 건 매달 $3718.09라는 큰돈을 내고 있는데 원금은 $1342.95 밖에 못 갚고 있다는 거. 울기 싫으니 웃을까요 허허허.



공과금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은 관리비, 인터넷, 수도세, 전기/가스비, 쓰레기처리비, 전화비 정도가 있다.

먼저 관리비. 주택에 살아도 동네를 관리하는 HOA(Home Owners Association)가 있어서 여기에 매달 관리비(HOA 비용과 관리범위는 HOA마다 다름)를 내야 한다. 우리는 $138.84를 매달 내고 있는데 백야드를 제외한 잔디와 나무를 다 관리해 준다. 동네 도로 정비나 청소, 낡고 지저분한 집 경고하기 등도 모두 이 비용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집은 최근에 외관 페인트가 낡았으니 새로 칠하라고 경고장을 받았다. 6,000달러 정도의 견적서를 받으니 눈물이 좀 나는 것 같네요.

인터넷은 이 동네에 기본으로 깔려 있고 $50을 낸다. 아파트에 살 때는 xfinity를 썼는데 그때도 비슷한 비용을 냈다. 수도세는 2개월에 한 번씩 납부하는데 1개월로 평균을 내면 105달러 정도 내고 있다. 아파트에 살 때도 비슷하게 냈는데 이 도시가 물값이 좀 비싼 편인 것 같다.

전기/가스비는 Puget Sound 회사에 같이 내는데 건기(5월부터 9월까지)에는 평균 80달러 정도, 우기(10월부터 4월)에는 평균 180달러 정도 부과되고 있다. 히터 바람이 싫어서 실내온도를 68도(섭씨 20도)로 낮추고 전기히터를 몇 달 썼더니 240달러를 찍은 달도 있어 다음 겨울엔 그것도 못 쓸 것 같다. 여기 살아보니 미국 영화 보면 잘 때 두툼한 파자마 입고 그런 거 현실이었다. 온돌 그리워요.

쓰레기처리비는 분기별로 $55. 42(몇 달러 변동이 있기는 함)를 낸다. trash/recycle/compost 로 구분해서 주 1회 수거하며, trash에 대해서만 처리비용이 부과되는 형태다. 아파트에 살 때는 재활용품 빼고는 아무 때나 버릴 수 있어서 편했는데 주택에 사니 쓰레기 수거차량이 오는 날이 정해져 있어 여름엔 좀 불편하다. 차고에 쓰레기통을 두는데 여름이면 온도가 올라가서 기저귀와 음식물이 서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할게요.

마지막으로 전화비는 그동안 선불폰을 사용하느라 $89.9($44.95 * 2명)를 지불하고 있었는데 지난달 후불요금제로 변경하고 정확한 비용을 아직 모르겠다. 계약하면서 설명을 들었을 땐 회사 할인이 들어가서 비슷한 비용이었는데 3일 사용하고 200달러 넘게 결제되어 물어보니 다음 달 비용도 청구된 거고 다음 달엔 이를 제하고 요금이 빠져나갈 거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 달에 26달러 정도 청구됐다. 요금 어떻게 부과하는지 아직 파악 못 한 1인입니다.



생활비


생활비에는 마트에서 산 식재료 및 생활용품, 아이 기저귀와 물티슈 및 장난감,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생활용품 비용, 경조사비, 여행경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4월에 마트에서 쓴 돈은 1300달러 정도인데 많이 쓴 달에 속하고, 보통은 1100달러 전후로 소비하고 있다.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유기농 집밥을 짓는 지인은 마트 비용만 2000달러 정도 쓴다고 하니, 우리도 외식을 안 하면 비슷할 것 같다.

아이 기저귀와 물티슈는 Amazon subscribe&save로 정기배달을 받고 있다. 가격 변동이 가끔 있기는 한데 보통 75달러 정도를 지출한다. 4월엔 고정용품 외에 아기 선크림과 책, 레고 등을 사느라 70달러 정도를 지출했다.

생활용품에 60달러 정도를 지출했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지인에게 선물을 하느라 100달러 정도를 경조사비로 썼다.

4월에는 여행은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둘이 살 땐 여행도 자주 다녀서 가계부에 '여행' 항목이 따로 있었는데 여기선 도통 다니질 않으니 분류할 필요가 없어요.



외식


외식은 보통 주 5~6회 정도 한다. 주중에 한두 번은 저녁을 나가서 먹고, 주말 아침은 카페에서 간단히, 주말 점심은 식당에서 먹는다. 간단히 먹어도 20달러 정도는 쓰고, 식당에서는 50달러 안팎으로 쓰게 되는 것 같다.

외식을 줄이면 식재료 사는 비용이 늘어나고 요리하는 시간도 늘어나니 줄인다고 마냥 효율적인 것 같지는 않다. 맛있는 식당도 별로 없어서 피곤하거나 주말에 주방으로부터 잠시 해방되는 차원에서 외식을 한다. 그동안의 소비패턴을 볼 때 주 5~6회가 적정한 타협선이라서 그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쇼핑


어느 집이나 그렇겠지만 이 카테고리가 가장 큰 변수다. 0이면 좋을 텐데 0을 찍은 적이 없는 항목. 4월엔 소소하게 아이 옷 몇 개와 신발을 샀더니 120달러 정도의 소비에 그쳤지만, 휴대폰과 전자기기 몇 개를 샀던 어떤 달에는 1400달러 정도를 쓰기도 했고, 친구들이 놀러 오기로 하여 게스트침대며 여러 가지를 샀던 어떤 달에는 2000달러 넘게 쓰기도 했다.



교통


우리는 차를 1대 사용하고 있고 이번 달부터는 월 보험료 $159.07을 낸다. 처음엔 $129.93을 냈는데 내가 사고를 낸 뒤 $163.16으로 올랐다가 이번에 갱신되면서 조금 내렸다. 보험료 어디가 싸나 찾아보고 가입해도 사고 내면 다 헛수고랍니다.

그리고 주말마다 동물원이나 수족관 등을 방문하는데 그때 5~10달러 정도의 주차비를 내고, 가끔 유로도로 이용료 5~10달러 내기도 한다.

주유는 코스트코에서 매주 50달러 정도 넣고 있다.



의료


진짜 불편하지 않으면 여기서 병원은 안 가게 되는데 하필 교정유지장치 한 곳이 떨어져서 치과에 다녀왔다. 교정유지장치 붙이는 비용은 보험 적용받아 $51을 냈다. 스케일링도 같이 했는데 그건 보험에서 일 년에 2회 무료라 비용은 청구되지 않았다.

미국 의료비는 보험 적용되기 전 금액을 보면 정말 어마어마하긴 하다. 단적인 예로 미국 와서 산부인과 3개월 다니고 출산까지 총 청구된 비용(보험 적용 전) $34,686.25 였다. 분만에 아무 이슈가 없는 경우인데 이 정도이니 제왕절개나 인큐베이터를 이용하게 되면 금액이 얼마나 올라갈지는 상상에 맡기는 걸로.



기타


미국은 유치원부터 공교육이라서 그전에 기관을 보내려고 하면 정말 비싸다. 어차피 만 4세까지는 가정보육을 할 계획이라서 별로 관심 없었는데 아이 친구들이 다니는 기관의 보육료를 보니 집에서 더 열심히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나름 저렴한 어린이집인데도 주 5일 종일반 보내려면 1500달러가 넘고 어떤 곳은 2500달러 넘기도 해서 그냥 웃고 말았다.

나름 저렴한 어린이집 비용표

기관을 보내진 않지만 우리의 5월 가계부에는 '교육' 항목도 추가된다. 주 1회 gym에 가서 아빠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나게 노는 비용은 월 $98.





미국은 한국처럼 전세 제도가 없기 때문에 매달 주거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오니까 한국보다 연봉이 많다 싶어도 주거비를 빼고 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전에 살던 벨뷰  지역의 투베드 렌트를 지금 검색해 보면 최저 $2,040에서 최고 $12,340까지 나옵니다. 이 돈을 내고 렌트하는 사람도 있고, 돈을 빌려 집을 사고 $3,718.09를 모기지로 내는 우리 같은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주거비폭탄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아, 현금으로 집 사면 피할 수 있지요 물론! 


그리고 저는 유기농 식재료 사용비율이 높아서 마트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유기농 아닌 식품으로 장을 본다면 아마도 한국보다는 식료품비가 적게 들 것 같습니다.


아이 옷이나 장난감 등은 저렴한 편입니다. 아웃렛에서 10달러 미만의 옷을 주로 구입하고 20달러 내외의 신발을 사서 신깁니다. 장난감도 아마존에 10달러 미만 제품들이 많고, 부피 큰 키친이나 미끄럼틀 같은 장난감은 100달러 내외로 살 수 있습니다.


미국살이 얼마나 드는지 궁금증 좀 풀리셨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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