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귀국준비 - 1
아침에 일어나 전기포트를 켜 놓고 간단히 씻고 나와 그날 끌리는 차를 한잔 끓인다. 쌀을 씻어 불려놓고 차를 마시며 오늘치 영어공부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책을 좀 읽는다. 새해 들어 정착한 나의 아침 루틴이다. 하나가 빠졌을 뿐인데 여유롭고 꽉 찬 느낌이다.
지난 12월 말 캘리포니아로 여행 갔을 때 우리의 개인 주식계좌를 다 정리했다. 상승기 끝물에 들어가 희열도 맛보고 기나긴 하락기에 속쓰림도 겪으며 버티다 어쨌는 나는 약간의 이익을 얻고 마감을 했다. 남편의 수익률에 대해서는 장난으로라도 놀리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함구한다. 다만 스스로 은퇴시기를 늦추기로 하셨다는 다짐만 전해 들었다. 주식을 하지 않으니 아침에 주식앱을 열 일도 없고, 몇몇 구독글을 더 이상 확인할 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 주식 잔고(남편의 잔고 포함)의 파동이 내 하루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아 평화롭다.
우리는 올해 하반기에 한국으로 잠깐 귀국할 계획을 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12월 전후로 귀국해서 내년에 한국에서 아이의 2학년을 시작하고, 아이의 미국 5학년 시작에 맞춰 미국으로 돌아올 생각이다. 남편은 회사에 이와 같은 계획을 밝혔고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으로 넘어가도 된다고 하면 1 지망 12월, 2 지망 8월로 해서 시기를 조율해 볼 생각이다. 현재 회사에서 우리가 원하는 결정이 나지 않으면 한국에 있는 회사로 이직을 타진해봐야 한다. 삶이 계획대로 되진 않겠지만 계획을 세워야 가까이라도 갈 테니까 몇 년 전부터 계속 생각해 왔다. 그래서 올 한 해가 아주 바쁘게 돌아갈 것이라 신경 쓰이는 것들은 정리해야겠다 싶어 주식부터 정리했다. 24년에도 주식계좌를 사용하고 있으면 25년에 한국에서도 또 미국 주식계좌에 대한 세금신고를 해야 하므로 번거로울 것 같아 겸사겸사. 우리는 이래서 돈을 많이 못 버나보다.
주식 계좌 정리를 시작으로 해야 할 일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일단 집을 어떻게 할지가 가장 중요한 고민이라서 리얼터를 만나보기로 했다. 렌트를 주든 매매를 하든 집을 고치기는 해야 하는데 그 시기와 수준을 어떻게 해야 우리의 불편함과 비용을 절충할 수 있을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도 하나둘 씩 나누기 시작했다. 유모차 같은 건 기부도 안 돼서 대형 쓰레기를 유료로 버리는 곳도 찾아놨다. 미국 번호는 계속 유지할 생각인데 한국 가면 스마트폰을 한 번은 바꿀 것 같아서 미국 esim을 다시 물리심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에서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목돈을 보내야 할까 봐 송금절차도 확인해 두었다. 기록하는 인간으로서의 본분을 다해 앞으로 각 단계마다 적어나가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