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뜨면 콧물이 한 줄 흐르고 재채기가 나온다. 더 누워있을 수 없어 씻고 1층으로 내려가 아침 준비를 하다 콧물이 계속되면 약을 먹는다. 멀쩡한 하루를 위하여.
3월부터 알레르기 비염 증세가 나타나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약을 먹으면 조금 괜찮아졌다가 재채기/콧물/코막힘/눈가려움 증상이 한꺼번에 왔다가를 반복하는 중이다. 증상이 심할 때는 숨 쉬기가 힘들어서 아이 동화책 읽어주기도 어렵고, 밥 먹거나 양치할 때도 계속 헉헉대고, 그나마 왼쪽으로 누우면 오른쪽 코가 뚫려서(그래서 사람이 콧구멍이 두 개구나)잠은 잘 수 있어다행이다. 한국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환절기에 콧물이 나다가 약을 먹으면 바로 그쳤는데 이렇게 오래가기는 처음이라 원인이 뭘까 궁금해졌다.
8월 2일자 미국 알레르기 지도 - 출처 : https://www.pollen.com/map
마트에 알레르기 시즌이다 하며 약을 왜 그리 많이 파나 했더니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지역별 알레르기 지도가 있었다. 워싱턴주는 현재 알레르기 유발인자가 많지 않다고 나온다. 내 상태를 봐도 약 먹는 빈도나 증상의 격렬함이 많이 줄었다. 평균적으로는 그렇지만 사는 지역에 어떤 나무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얘기는 또 달라진다. 왜냐면 난 미국 와서 다운타운에 살 때는 전혀 증상이 없다가 시골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발현됐기 때문이다. 역시 난 도시형 인간인데!
시애틀 지역의 정보를 찾아보니 꽃가루 날리는 주기에 대한 자료가 있었다. Hazelnut 빼고 다 의심스러우나 내 증상이 한참 심했을 때와 Peak Grass Season이 겹치는 걸 보면 내 알레르기원은 아무래도 이 녀석인가 보다. 안다 한들 뭐하나 나무를 뽑을 거야 풀을 갈아엎을 거야. 그냥 궁금증만 해결됐다.
코로나로 갇혀있던 시기라서 병원을 가기도 어렵고(코로나 아니어도 어렵지만) 워낙 여긴 약이 많으니까 몇 가지를 먹어 보았다. 미국에서 많이 먹는 알레르기약은 Zyrtec, Claritin, Allegra, Benadryl 정도다. Benadryl과 Zyrtec이 너무 졸리다는 얘기가 있어서 2018년 봄에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Claritin을 먹었다. 그땐 증상이 심하지 않았고, 친구가 한국에서 가져다준 소청룡탕도 있어서 같이 먹으면 효과가 있었다. 작년엔 소청룡탕만 몇 번 먹고 지나갔는데 올해는 증상이 격하게 와서 Allegra를 먹었더니 약이 듣긴 하는 것 같은데 호전되기까지 너~어무 오래 걸리는 게 아닌가. 24시간 지속되는 약인데 아침에 먹으면 저녁 먹을 때쯤에(장난하니...) 괜찮아지는 형국이었다. 1월에 한국에서 어린이박물관을 갔다가 히터 바람을 맞고 콧물이 줄줄 나서 약을 처방받은 게 있는데 남은 거 챙겨 온 게 생각나 그걸 먹었더니 효과가 아주 빠르게 왔다. 한국약을 다 먹어갈 때쯤에도 비염이 없어질 것 같지 않아서 Aller-Tec(Zyrtec 성분의 코스트코 복제약)을 급히 사서 먹었다. Allegra 보다는 확실히 효과가 빠르고 그다지 졸리지 않았다. 1통에 왜 365알이나 넣어서 파나 누구 먹으라고, 했는데 내년에도 이러면 다 먹을 수도 있겠다.
코막힘이 심할 땐Flonasenasal splay를 쓰면 금방 뚫린다. 그런데 좀 써보니 약으로 콧물을 잡아서 코가 막히고, nasal spray로 코를 뚫고 나면 다시 콧물이 나는 패턴이 됐다. 코막힘 증상만 있는 분들이라면 모르겠는데 나처럼 복합 증상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동네 알레르기 예보 - 출처 : https://weather.com
찾다 보니 알레르기 예보도 있다. 진즉 알았더라면 위험도 높은 날은 환기도 시키지 말고 외출도 하지 않았을 텐데. 7월에서야 오전엔 꽃가루가 더 많이 날린다는 걸 알고 문을 닫아두었더니 전보다 증상 발현 빈도가 낮아졌고, 저녁에 환기시키고 난 뒤 증상이 시작되는 거 같으면 약을 먹고 자면 되니 낮에 정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전반적으로 꽃가루철이 지나가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먼저 이민 온 지인에게 물으니 그분은 가족 모두가 알레르기 비염이 생겨서 아직도 시즌마다 병원을 다니신다고 한다. 여기 정착병이라 하시며 너도 정착하려면 통과의례라고. 미국 오기 직전에 한국에 미세먼지가 너무 심했던 터라 미국은 참 공기 깨끗하고 자연이(자연만) 살아있구나 했는데 나를 참 격한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나 아직 미국 적응할지 말지 결정하지 않았는데 이러면 곤란해!
- Keep your windows closed in your home and car to avoid letting in pollen.
- The pollen counts are the highest between 5am and 10am, so limiting your outside exposure during those times can be extremely helpful for diminishing your allergies.
- Limit exposure on mornings that are especially warm and dry; these will usually be the high pollen count days. Days that are dry and windy also have high pollen counts. The best time for outdoor activities is immediately following a heavy rainfall.
- Avoid line drying your clothes and bedding outdoors when your local pollen count is high.
- Wash your face and hands after you’ve been outside to remove pollen. Also, change and wash clothes if they’ve been exposed to pollen.
- Bathe and shampoo hair daily before going to bed to remove pollen from hair and skin in order to keep it off your bedding.
- Minimize contact with items that have come in contact with pollen, such as pets and people that have spent a large amount of time outdoors.
- Wear sunglasses to protect your eyes from pollen, and in severe allergy cases, wear a facemask when daily pollen counts are extremely high.
- Visit your allergist or doctor to see if the allergy shot is for you. Be consistent with your allergy medications for best resul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