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ka Jan 29. 2021

미국에서 아플 땐 Urgent Care

"응급"이 아니라면요

아이가 다쳐서 코로나 시국에 Urgent Care에 다녀왔습니다. COVID-19 관련된 아무 질문도 조치도 없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열흘 전, 주방에서 김치를 담그려고 재료를 손질하고 있는데 아이의 비명소리와 함께 큰 울음소리가 들렸다. 거실로 달려가 보니 남편이 우는 아이를 달래며 안고 있는데 내 눈엔 아이 머리와 남편의 손에 묻은 피가 보였다. "피..." 아이가 더 놀랄까 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휴지와 소독약을 가지러 갔다. 지혈하며 보니 상처부위가 깊게 벌어져 있어 그냥 둘 상태가 아니었다. 가까운 urgent care에 전화해서 지금 다쳤는데 바로 가도 되냐 물으니 오라고 해서 아이 머리를 수건으로 지혈하며 병원으로 갔다.


진료받는 병실 (스테이플 빼러 가서 찍음)

병원으로 가는 동안 아이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됐고 지혈도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하는데 X-ray나 MRI 등의 장비가 없어서 그걸 쓰고 싶으면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하... 그 얘긴 전화했을 때 하던가!) 정밀촬영 여부는 의사가 결정할 일이지 접수 데스크에서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진료를 일단 받겠다고 했다. 병실에서 간호사가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상처부위를 식염수로 씻어낸 뒤 의사가 왔다. 어떻게 다친 건지 자세하게 묻고 상처 주변을 눌러보더니 아이가 아픈 거 외엔 다른 증상이 없어서 스테이플로 봉합만 하면 되겠다고 했다. 마취크림을 바르고 약간 기다린 뒤 아이를 내가 안고 의사가 스테이플러로 상처부위를 찍기 시작했는데 마취가 다 안됐는지 찍을 때마다 아이가 너무 아파했다. "엄마 너무 아파요"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왜 이럴 때 존댓말 하니 더 마음 아프게.


진료받은 내용

소독할 필요 없고 이틀 정도 상처부위만 건조하게 유지하라며 치료가 끝났다. 한국은 이런 경우 이틀에 한 번씩 가까운 정형외과에 가서 소독을 받게 한다고 해서 어린이용 네오스프린 스프레이로 가끔 소독하고, 병원에서 얻어온 항생제젤을 발라주었다. 다행히 아이는 의심증상 없이 병원 다녀온 직후부터 평소처럼 잘 놀고 잘 먹었다.  


열흘이 지나 오늘 다시 urgent care에 갔다. 의사가 바로 스테이플을 제거하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너무 아프다고 우니까 마취크림 바를까 하고 묻는 게 아닌가. (하... 그건 제거하기 전에 물어봤어야죠!) 살갗을 그렇게 찢으면서 빠지는 건 줄 알았다면 마취크림 발라달라고 미리 말했을 텐데 우리도 경험이 없어서 몰랐다. 이미 아이는 고통을 알았는데 기다렸다가 다시 뽑자고 하면 진정될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마저 제거해 달라고 했다. 진료 끝나고 햄치즈 크로와상 먹을래 아몬드 크로와상 먹을래 물으니 아이는 엉엉 울면서 "햄.. 치즈..." 한다. 장하다 우리 딸!


보험 없으면 내는 비용

미국은 병원 접근성이 떨어진다. 일반 병원은 예약해야 갈 수 있는데 당일 진료는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응급실은 정말 응급이 아니면 가서도 계속 기다려야 하고 청구되는 비용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럴 때 가는 곳이 Urgent Care다. 일반 병원보다 일찍 열고 늦게 닫는 당일 진료 전문 병원이고, 일반 병원보다는 진료비가 비싼 준응급실 정도로 보면 되겠다. 물론 여기도 전화해서 바로 진료되는지 물어보고 가는 게 좋다. 처음 Urgent Care에 갔을 땐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갔다가 2시간 대기해야 한다고 해서 다른 병원에 전화하고 갔던 경험이 있다.

Urgent Care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예전에는 몇 십 달러냈는데, 이번엔 남편이 입사하기 전이라 보험이 없어서 $225가 나왔다. 오늘 스테이플 제거하는 것도 $225가 나왔다. 그냥 웃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