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기빙 연휴가 끝나고 12월의 첫날에 서있다. 12월이라니. 코로나? 뭐라고 락다운?근데 왜 확진자 계속 늘어?백신 맞으라고? 근데 왜 확진자 계속 늘어? 부스터 샷도 맞으라고?하다 보니 두 해가 지났다. 내년에도 이런 얘기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세 해가 지났다면서.
벨뷰 다운타운에 Bellevue Collection이라는 쇼핑몰이 있는데 해마다 땡스기빙이 지나면 Snowflake Lane Parade를 시작한다. 매일 저녁 7시에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쇼는 계속된다. 이런 게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됐다. 여섯 번째 겨울에 와서야.
6시 10분경 벨뷰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며 시간이 너무 남는데 뭐하며 때우나 생각하고 있었다. 주차하러 가는데 도로 양 옆으로 반짝이는 풍선을 든 사람들이 서 있는 게 보이고, 주차장도 두 층이 이미 만차였다. 이거 심상찮네 하며 나왔더니 그새 사람들은 더 많아져서 겨우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을 설레는 얼굴로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니 감정 기복이 그다지 없는 나도 덩달아 들썩이게 됐다.
어린이들은 매일 보고 싶겠쥬?
퍼레이드는 멋졌다. 즐겁게 공연하는 사람들, 어깨동무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소녀들, 자꾸만 공연단에게 다가가려는 아기들, 아이를 목마 태운 부모들, 꼭 껴안은 커플들, 그 활기차고 따뜻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Let it snow 음악에 맞춰 인공눈이 내리기 시작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신나게 해 준다고? 조금만 방심했다간 무미건조한 나라도 춤을 출 것만 같은 흥겨움이 밀려왔다.
3년 전엔 무서워하는 꼬꼬만 보였는데 이젠 사람들도 보인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갑자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거리를 꽉 채웠다. 저마다 웃으며 떠들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다가, 이거 러브 액추얼리의 히드로 공항 장면같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런 생각을 하는내가 조금은 낯설어졌다. 여기 살면서 나를 추스르느라 스쳐가는 타인의 표정을 관찰한 적이 없었는데. 나 이제 이 도시에 조금은 정이 생긴 걸까?
가족과 함께 연말을 즐길 수 있는 워싱턴주의 이벤트 몇 가지를 공유합니다.미리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