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지친 하루의 끝에 머릿속 온통을 맴도는 생각은
‘아, 집에 가고 싶다.’.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가
마치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라질 것만 같은 환상마저 들기 시작한다.
왜 집에 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던가?
집이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여느 때와 같이 넘쳐나는 업무량으로 퇴근시간은 가뿐히 넘겨주고 눈치껏 하루의 수고로움을 인사하며 내일 봬요! 하고는 더 늦지 않게 서둘러 나온다.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쁠 것도 하나 없는데
왜 그리 마음이 급하고 발걸음을 재촉하게 되는지,
알고 있는 가장 빠른 수단으로 금세 집 앞까지 도착한다 -
왜인지 갑자기 몰려오는 피곤함으로 축 처진 어깨로 현관문을 열었을 때 “ 오늘도 수고했어.” 하고 마치 나를
품어주는 것 같은 따뜻한 공기의 우리 집,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반가움도 잠시 배고픈 속을 달래려 저녁을 먹고,
최고의 휴식이랍시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가 어느새
시간이 늦어지면 어김없이 '어이쿠, 내일 또 출근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이런저런 생각에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지만
야속하게도 차마 피로가 다 풀리기도 전에
아침은 너무나 빨리 찾아오고,
피곤한 탓에 무거운 눈과 씨름하며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알람을 놓친 탓에 아침을 반길 새도 없이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지각을 면하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간다.
차마 제대로 닫지 못해 '쾅!'하고 절로 닫히는 문소리와
집을 뒤로한 채 우리는 또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 동안의 이 모든 과정에서
집이 우리에게 준 것은 무엇일까?
집은 그저 말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우리는 어떻게 위로를 받으며, 그 위로에 힘을 내
다시 다음 날을 준비하고 또 시작할 수 있을까.
집은 태초부터 위험한 들짐승들의 공격 혹은
외부로부터의 온갖 위험에서 우리를 보호해줄 뿐 아니라,
머무는 매순간 형용할 수 없는 따뜻한 온기로 우리를 품는다.
격변하는 시대를 수없이 지나와도 우리를 지켜준다는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쌓여가는 사람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 역시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지 않은가. 오랜 세월을 거쳐 진화해온 이런 인식 덕분인지 우리는 집에 들어서면 자동반사와 같이 심리적 안정감에 빠진다.
나의 모든 것을 지켜주고 달래주는 마법 같은 공간-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이제는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우리를 보호해주는 곳이라는 개념을 넘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탓에
집을 친구 삼아 각자의 방식으로 집안에서의
생활을 다양하게 하고 있으며, 자연스레 취향을 잔뜩 담은 내 공간을 SNS에 공유하며 나를 어필하는 것이 어느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마치 패션과 같이 가장 나를 닮아있으며,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고,
나를 가장 이해해주고 품어주는 동시에
디지털 공유공간을 통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 되었다.
바로 집이라는 공간이 내 자체가 된 것이다.
누군가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나를 표현하고 담아내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공간들에
요즘은 나의 제2의 인격이라는 소개가 될 정도.
사실 어쩌면 지금에서야 다가오는 새로운 의미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집이 나이고, 가족이었을지 모른다.
다만 익숙함에 젖어 우리가 놓치고 있었을 뿐,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의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있고,
친구 집에 가면 또 그 네 만의 느낌이 있지 않은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내가, 나를 우리가 우리를
차곡차곡 쌓아 가는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집이라는 공간에서 받는 위로라는 것이
단순하게 우리의 오랜 인식과 느끼는 편안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우리가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가장 편안해하는 의자에 앉아 가장 좋아하는 향초를 피워두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세상에 온전히 나만이 존재하는 평안함을 만끽하고 있는 순간을 상상해보자.
너무나 편안한 의자에 공간을 가득 채운 향이 좋고 귓가에 맴도는 음악소리가 좋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고 생각하고 꾸며둔 사람은 바로 내
자신임에도, 숨어있는 나를 인식하기보다 의자가 참 편해서 , 향이 너무 좋아서, 음향 소리에 절로 힐링되네 하며
물체들에게 공을 돌린다.
왜인지 나는 내가 나를 위해 준비한 이 모든 것 속에서
말없이 내가 나를 안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집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집이다.
물론 각자의 상황에 따라
때로는 불가피하게 집이 투자 대상이 되어
살아감에 불편을 감내하면서라도 고된 시간을 버텨내어야할 때도 있고, 혹은 마지못해 옮기게 된 집에서
의외로의 즐거움을 찾을 수 도 있겠지만,
다만 어떤 상황에 처할지라도,
공간이, 내가 나에게 우리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위로와 안녕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릴 수 있게,
집은 그저 집일 뿐이지 하는
무미건조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나의 공간을 준비할 때 작은 화분 하나일지라도
나를 위한 배려를 잊지 말자,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소린 밸브스는
집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며,
집을 내면의 확장판으로 생각하기를 권한다고 한다.
이제라도 우리는 집의 의미를 돌아보고
공간 공간, 순간순간 소중히 나를 담아내어
끝내는 모두가 집이 건네는 작은 위로를
내가 내게 건네는 나의 안녕을 반길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