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날개를 달아줘요
게임을 선택하여 플레이를 하기 시작 할 때의 제일 큰 장벽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게임을 할 시간일 수도 있고, 장소 일 수도 있고, 금전적 트러블 일 수도 있다. 나는 그 많은 이유 중에서 '언어' 에 대한 잡소리를 해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된 영화나, 게임이나, 책을 볼 때 애로사항을 겪는다. 그러한 언어적 능력(?) 격차는 새로운 세계로의 입장을 방해하는 아주 훌륭한 요소이다.
실제로 게임이 불운하게도 국내 한국어 정발이 되지 않으면, Steam의 일부 유저들이 나서서 비공식 유저한글패치를 감행(?) 하는 실로 무서운 광경이 펼쳐져 만인을 구원하는 구세주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 들의 발자취는 금전적 이득도, 공식적인 명성도 얻지 못하지만 단지 '비한글'로 방황하는 많은 길 잃은 어린양들을 구제하기 위함이다.
재수없게도 '비한글'로 정발이 된 게임의 경우 대사집을 제공하여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돋보인다. 그러면 유저는 한손에는 대사집, 한손에는 컨트롤러 한발에는 공략집을 끼운 채 플레이를 했다. 아니면 선행학습(?)을 통하여 대사집을 정독한 후 플레이 하는 아주 재미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요즘 게임들은 '자막켜기' 기능을 통해 방황하는 어린양에게 네비게이션을 하사하셨지만, 시네메틱 영상이 흐르는 경우에는 패시브 스킬 '길치' 가 극대화 된다. 일부 경우에는 pause가 불가능하여 사전을 찾아볼 시간도 없다. 나는 최근 플레이 한 Dead space의 경우를 전하고 싶다.
이것은 토익 LC의 시험장을 방불케 하는, 나의 온 뉴런들이 촉수를 곤두세워 집중하는 긴박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는 굉장한 스테미나 소비를 동반하며, 집중도를 저하시킨다. 실제로 나는 영어에 약해서 난 누구인가 무엇인가 위의 그림처럼 대사를 읽는다.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인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초등학생 때, 게임피아 라는 게임잡지 부록으로 주어진, MAME 게임들이 한 시디에(...) 총망라된 판도라의 상자를 얻었다. (지금도 집에 존재하는...)Gogo 아크맨 등의 게임이 100여가지 수록되어 있었으며, 나는 천지창조 라는 게임을 즐겨 플레이를 했다. 그 때 당시에는 에뮬레이터의 save a state 같은 기능을 알 길이 없었으므로 ㅠㅠ 나는 매번 원코인 플레이 였다. 그 때 당시의 천지창조는 당연하게도 일어로 되어 있었다. 나는 내용을 모른 채 플레이를 했고, 단순히 게임이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에 머리가 커가면서, 나는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더 많은 게임을 하기 위함이었다. 메세지 윈도우에 나불랑 거리는 텍스트를 A 버튼 연타가 아닌 머리로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공부했고, 나의 게임인생은 제 2의 국면을 맞았다.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의 폭이 넓어졌고, 이해도나 몰입도에 있어서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 몰려왔다.
위의 영어자막이었던 Dead space의 경우와는 다르게 나는 일본어는 일부 한자를 제외하고 거의 읽는데 무리가 없다. 특히 게임의 경우, UI에 표기되는 단어나, 게임의 장르별로 반복되는 단어와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회를 거듭할 수록 언어장벽은 점점 낮아졌다. 게임에서의 경험치를 쌓듯, 나는 일본어로 된 게임에 대한 경험치를 공부가 아닌 체득으로 (...) 점점 나아졌다. 일본어를 공부하여 어느정도 경지에 오른 게임 유저라면 공감할 것이다. 'あなたは世界を救うために生まれたのだ!' 라는 문장을 '아나타와.... '라고 읽지않고 바로 헛소리라고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FF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의 서포터즈를 한적이 있는데, 대기실에서 만난 우에마츠 노부오씨를 보고 나는 일본어로 '정말 만나서 영광입니다. 사진 과 싸인 부탁해도 될까오?' 라고 물었다. 지금도 정말 꿈같은 상황이었다. 우에마츠 노부오 씨는 밝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었지. '물론! 근데 너님들 일본어 잘하시네요 ㅎㅎ 대단찡' 나는 ㅎㅎ 거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들이 만든 게임 할라믄 일본어 해야 하잖아요 ㅠㅠ 한국어 정발 해주세오. FFX-2 가 정발되었지만...
반대로 학습하지 못한 언어가 몰입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희귀하지만 있다. 내가 그런 경험이 가능했던 때는 유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되어있는 게임을 하는 경우에, 다양한 음성 설정을 제공했던 경우이다. 하지만 이때도, 실제로 유저가 게임에 대한 내러티브나 플레이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상태에서, 외국어 설정이 가능한 경우이다.
이전 게임의 'Option' 기능에 대한 글에서도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어쌔신크리드2등 역사적 고증이 되어 있는 경우, 게임의 음성 설정에 해당 국가의 언어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게임의 몰입도에 도움을 준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된 게임이 몰입도나 만족도에 있어 큰 격차를 낳음은 명백하다. 그래서 게이머라면 한번 쯤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는 것을 제고해야 한다. 그것은 마치 S 사이즈 가방을 XL 가방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같다. 새로운 언어를 학습함에 있어 가진 인벤토리가 늘어나고,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 선택의 폭이 어마 무시하게 커진다. 고민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다만 내 집과 같게 편안하게 즐길 뿐이다.
“To have another language is to possess a second soul.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두번째 영혼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 – Charlemagne(샤를마뉴 대제)
외국어 배우기에 대한 좋은 글도 있다. 게임은 게이머로서 외국어 배우기의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내가 다다른 결론은 답습하고자 하는 게이머는 공부해야 하며, 정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당신을 기다리는 많은 게임들을 온 마음으로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