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든 생각.... 그냥 그렇다고....
구직을 위한 인터뷰, 지인을 통한 미팅, 각종 모임 구성원으로 자연스러운 대화 그리고 각종 매체를 통한 기사들 마지막으로 직접 스타트업에서 업무를 하면서 HR 담당자로써 느꼈던 부분을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많지 않은 경험에 해당되는 부분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 의한 의견이므로 오해의 소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조직을 구성하다 보면 역할별로 팀이 구성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다소 부족한 영역이라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부지런히 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HR분야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으신 분의 강의를 수강하거나 책이나 관련 자료들을 통해 혼자서 학습을 하시기도 하더군요. 주위에서 HR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아니면 직접 조직 운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중요함을 인지해서 등 여러 이유가 있고 이런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회사의 대표가 HR을 알아가는 노력에 대해서는 환영과 동시에 존경합니다.
그런데 HR에 대한 생각과 기준이 경험했던 교육이 전부가 되어버리는 분들이 가끔 계셔서 당황했습니다. 대화 내내 본인이 경험했던 교육, 책, 자료에 근거하셔서 그런지 상대방의 의견과 심지어 경험까지도 그 기준을 벗어나면 언짢은 표정을 지으시더라고요. 심지어 HR 교육 한 번만으로 “나 이제 HR 다 알겠다!”라는 자신감과 함께 교육에서 얻은 사례를 그대로 회사에 적용하는(제가 보기엔 욱여넣는 듯한) 모습에 제가 더 당혹스러웠습니다.
당연히 저보다 HR에 대한 조예가 깊으신 분들의 교육과 자료들이니 그럴만합니다. 근데, HR은 수학공식처럼 바로 대입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하나의 이론으로 100개 이상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HR입니다.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사업의 특성, 인재상, 비전, 목표, 경영전략 그리고 구성원 개개인의 성향 등이 다양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방법을 찾는 여정은 쉬운 일이 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너무 빨리 HR에 대한 대표님의 기준을 세우지 마세요. 성급히 세운 기준은 실무자들의 업무범위를 오히려 좁히는 경우를 발생하기도 합니다. 기준을 세우기 전에 대표님이 현재 HR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정의를 내려보는 것이 선행되었으면 합니다.
- 바쁘게 그리고 급하게 조직문화도 변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조직문화가 창조되기도 하고 재탄생하면서 발전하고 있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변화가 필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MZ세대들이 선호하는 회사가 되어야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지니까요. 하지만, 너무 성급한 나머지 본연의 가치관은 잊은 채 새로운 것만 시도하거나 혹은 대표님은 수용하지 못하지만 필요에 의해 다소 억지로 시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tech 기반 스타트업에 면접자로 참석해 대표님을 포함한 임원진분들과 대화가 한창이던 중 현재 조직이 가진 장점 중 수평문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제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중 하나가 직급이 낮을수록 통로 쪽, 잘 보이는 쪽이 아닌 제일 구석진, 즉 가장 개인적인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하시더군요. 쉽게 납득이 됐고 실제로 그런 방법을 행하는 조직도 있으니까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근데 그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맘에 안 드셨는지 제게서 다른 대답을 듣기 위해 저에게 10분 넘게 그 질문에 대한 의도와 본인의 주관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질문은 “HR은 사측인가요? 노측인가요?”였습니다. 정답은 51%가 되더라도 HR은 사측이어야 했습니다. 명확하게 비율을 나눌 수 있진 않지만 그냥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측과 노측의 문제가 아니라 수평문화를 지향하는 조직에서 HR이 사측이 되어야 한다는 이론은 다소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Trend을 파악하고 조직에 맞게 활용하는 것도 좋고 기존의 방법을 고수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하겠다 다짐했다면 그 새로운 것을 누구보다 먼저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마음이 준비되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이 선행되지 않으면 엇박자가 나기 시작하고 오히려 내부 구성원들이 혼란해할 수 있습니다. 업무환경만 쾌적하고 실제로 업무 진행에 있어서는 권위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받아들이세요.
딱 1개를 하고 있음에도 전체를 담고 있다는 착각을 버리시면 좋겠습니다. 자기만족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 조직이 성장하는 시점에서 보통 조직 내 HR을 더욱 전문화하거나 기능의 확대를 위해서 HR 부서 인력 충원을 위한 채용을 합니다. 근데 막상 채용페이지를 보자면 가끔씩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정도 경력에 저런 직무를 다 할 수 있다고?” 혹은 “경력 3~5년으로 제한하고 팀장 경력을 우대한다고?” 등의 반응을 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이럴 때면 HR을 너무 간단히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채용은 당연히 현재 조직 구성을 기반해야만 하는 것이 맞습니다. 현재 팀 구성원의 직급, 경력 등을 고려해야 함은 당연하죠. 근데, 현재 구성원보다 더 나은 리더를 채용할 의지는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현재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는 구성원이 있거나 예정되어 있는 구성원이 있거나 혹은 그 이상의 리더는 HR에는 필요 없다고 판단하시는 등 여러 경우가 있더군요. HR을 행하는 예전 방식이 다 틀렸을 수도 있고 예전 방식을 고수하던 HRer들이 현재 조직의 컬처 핏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직은 점점 성장해 가고 있고 구성원들의 다양성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상황에서도 위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보인다는 것이 저는 문제로 인식이 됐습니다.
기존 조직 내에서 변화를 주지 않는 한 그 조직은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거나 그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조직의 평균 나이, 경력 등을 결정요소에서 제외하시면 더 많은 인재들이 보이실 겁니다.
기존 HR 리더 역할을 하시는 분들도 조직 내에서 온전히 HR에 대한 관점에서 논의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성장 혹은 변화 속에 있는 HR 리더들은 특히 더 하겠죠. CTO, COO, CMO는 원하시면서 CHO는 아직 아니야 라는 논리는 잠시 접어 두시고 CHO 자리도 염두에 두시면 좀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채용 시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포지션을 열어 두셔야 오히려 조직과 기존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번에 평가, 보상, 승진 제도가 다 구성이 되면…. HR은 앞으로 뭐 할 거예요? 할 것도 없는데?”
실제로 어느 중소기업에 HR팀장으로 있을 때 대표님에게 들었던 말입니다. 순간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이 있네요. 당황스러움과 놀라움 좌절감 부끄러움 답답함 등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몰려왔었던 것 같습니다.
HR을 포함해 흔히 경영지원, 경영관리 등으로 통칭되는 부서에서 하는 일은 대표님들이 보시기에 되게 간단한 일이라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더군요. 이런 인식은 비단 대표님뿐 아니라 그 부서의 장들의 역할에도 문제가 있더군요. 규정부터 시작해서 회사의 제도, 지침 등을 제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일련의 업무 제도들을 운영하고 조직 내에 스며들게 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도 필요한 업무입니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비스나 상품을 개발하면 그걸로 끝인가요? 유지보수, 업데이트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그 서비스와 상품의 질을 높이고 고객들의 만족도를 유지하거나 더 고취시키잖아요? HR도 같습니다. 평가제도를 그 해 제정을 했다 하더라도 시행 중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다행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보완사항은 무조건 발생하죠. 그리고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는 내외부 환경을 감안하면 1년 내내 평가제도에 대해 고민하고 변경, 수정하고 또 이를 위해 학습도 해야 하는 등 할 일이 그야말로 산더미입니다. HR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직원 만족도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죠.
대표님의 의지에 따라 HR 역할의 비중과 전문성은 비례합니다. 대표님이 HR을 얼마나 이해하고 계신 지에 따라 그 회사의 HR수준이 결정됩니다. 현재 HR 부서가 차근히 기초부터 닦을 수 있게 지지하고 응원해 주세요. HR은 매년 학습과 보완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부서임을 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중견 및 중소기업에서 겪은 경험으로 HR과 회계는 경영지원 혹은 경영관리팀 내 혼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 부서의 팀장 혹은 본부장은 항상 회계팀장이나 CFO이셨습니다. HR 주니어 시절에는 HR을 해서는 절대 조직의 장이 될 수가 없구나 생각했고 그 생각은 꽤나 오래 가지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어느 회사의 경영관리팀장 채용 공고에서 팀장의 업무내용을 보고선 나는 절대 될 수 없다 생각도 했었습니다. 회계감사, IR, 투자, M&A 관련 업무는 기본이고 HR관련 업무도 가능해야 했으니까요.
흔히들 회계부서와 HR 부서는 사용하는 언어가 틀리기에 함께 하기가 어렵다는 말들도 들려옵니다. 물론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긴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근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단순히 어울리지 않는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만큼 HR을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기에 HR역할이 축소되어 운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드리고 싶은 거죠.
요즘은 많은 스타트업에서 HR의 중요성을 인지해서 people, People&Culture, People EX 등 HR에서 진보된 듯한 표현으로 HR의 역할이 전문화되고 있습니다만 아직 그렇지 못한 곳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사실, HR은 하지 않겠다 생각하면 할 업무가 없고 해야겠다 생각하면 무궁무진하게 많아지는 것이 HR입니다. 전자의 경우인 대표님들께는 죄송하지만 드릴 말씀이 없지만 후자의 경우인 대표님들은 HR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HR 부서가 성장할 수 있는 CDP를 HR 부서에서 하루빨리 그려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셨으면 합니다. 개발, 마케팅, 영업, 기획 등의 업무와 같이 HR도 온전히 HR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을 때 비로소 더욱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위 사항들 외 다른 것들도 생각이 날 듯 말 듯하네요. 또 생각이 나면 다시 추가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