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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경 Mar 22. 2018

나는 늙어가고 있지 않다, 성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테이트모던에서 만난 Suzanne Lacy

우리는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한해 한해 늙어감을 슬퍼하며 그렇게 노인이 된다. 그러나 여기, 미국의 사회실천 아티스트인 Suzanne Lacy는 "나는 늙어가고 있지 않다, 성숙해지고 있는 중이다."라고 일갈한다. 그녀는 새로운 장르인 '공공미술'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인물이자, 강간과 폭력, 페미니즘과 노화, 감금과 같은 이슈를 다루는 예술가이다.


아래 그녀의 1985년부터 87년의 작업인 "The Crystal Quilt"를 소개한다. 미국 미네소타주 남동부에 위치한 대도시 미니애폴리스에서 1987년 5월 10일, 마더스데이를 맞이하여 특별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총 430명의 60세 이상 여성 노인들이 늙어감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화가인 Miriam Shapiro가 디자인한 퀼트의 컬러와 패턴과 동일하게 82평방미터의 러그가 깔리고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었다. 이 퍼포먼스는 생중계로 TV 방영이 되었고, 3,000명 이상의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노인 참가자들은 모두 검은색 옷을 입었고 그들의 손을 사용한 단순한 행동을 통해 이 퍼포먼스에 참여하였는데, 75명의 노인이 그들 세대의 폐기된 잠재성에 대한 개인적 관찰과 무의식적 기억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사운드트랙에 함께 담았다. 이 이벤트는 여성 노인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낼 권한을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는데, 작가는 그들의 후기 인터뷰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은 매우 상기되었습니다. 그들은 그 경험을 정말 사랑했어요. 그들은 스스로가 특별하다는 것에 명예로워 했고, 서로를 표현하기 위해 깊이 연결되었습니다."



   

작가는 이 행위의 주체를 단순히 잠재적인 기억을 비축하고 있는 여성들로 볼 것이 아니라 공공 장소의 잠재적인 행동가들의 행위로 볼 것을 강조한다. 비평가인 Margot Mifflin은 Art News(1992)에서 "해변에서의 노인들의 속삭임부터 시청 계단에서 분노한 고함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예술은 하나의 연금술이자 엑소시즘이며, 찬양이자 비난이다."라고 평했다. 또다른 비평가인 Cameron Shaw는 BOMB Magazine을 통해 "그녀의 작업은 목소리에 관한 것을 지속한다-듣기, 들어주기, 장애물 부수기...나이, 인종, 계급, 아니면 경험에 따른-"이라고 언급했다.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예술은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된다. 고고하게 화이트큐브 안에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예술만이 전부임을 아는 이들은 예술이 부조리를 겨냥하여 비판의 화살을 겨누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그러나 실천적 예술은 저항의 도구로서 기능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보는 시각을 확장할 수 있다. 오늘 테이트모던에서 마주한 Lacy의 작품은 늙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저항을 퀼트라는 매체를 통해 기하학적으로 풀어냈다. 퀼트는 완성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이 걸린다는 점에서 죽음으로 다가가는 인간의 삶을 연상시킨다. 패턴의 마지막 한 땀을 엮어야 비로소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죽음으로서 완성이 된다. 그러나 죽음으로 향해 가는 과정은 시들어가는 노화의 시간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완숙해지는 과정임을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Motion Magazine에 남긴 말은 많은 울림을 준다.

"예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예술은 개별성을 지지한다. 예술은 목소리를 제공한다. 예술은 차이와 합의를 표현한다. 예술은 이슈를 불러일으킨다."


참고사이트

http://www.tate.org.uk/art/artists/suzanne-lacy-13736/who-is-suzanne-l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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