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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경 Apr 04. 2020

런던크래프트위크 (6) BUAISOU, 일본인디고염색

런던 Coal Drops Yard에 푸른 깃발을 꽂다.

해리 포터 9와 ¾ 승강장으로 유명한 킹스크로스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콜 드롭스 야드(Coal Drops Yard)’는 1850년대 지어질 당시에 기차 연료로 쓰이는 석탄을 보관하는 창고였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 이상 기차가 석탄으로 운행되지 않게 되면서 기능을 잃게 된 이곳에 90년대 들어 나이트 클럽이 들어섰다. 그로 인해 마약과 매춘의 온상지로 변질된 이곳은 최근까지 우범지역으로 인식되었다. 2001년부터 민관협력 도심재생사업이 시작되었는데, 그 결과 대형 쇼핑몰이 콜 드롭스 야드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8년 10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특히 건축 디자인계에서는 2012 런던올림픽 성화대와 런던을 누비는 빨간 2층버스 디자인 리뉴얼 작업을 한 헤더윅 스튜디오가 설계에 참여하여 화제가 되었다. 


((좌) 사진제공: BUAISOU, 촬영: Kyoko Nishimoto, (우) 사진제공: London Craft Week, 촬영: Dan Weill)


기존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은 형태에서 새롭게 씌운 완만한 경사의 지붕 아래에는 삼성 플래그쉽스토어가 입점해서 주목받았다. 그 이외에 입점한 브랜드는 총 50여곳인데, 그 중의 하나인 키오스크 앤원씨(KIOSK N1C)에서 일본 쪽염색 컴퍼니인 브아이소우(BUAISOU)에서 제작한 의복과 홈웨어를 판매하기로 한 것이 흥미로운 기획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바로 매장에서 진행하는 인디고 염색 워크숍 ‘인디고 핸즈 (Indigo Hands)’와 LCW기간에 콜 드롭스 야드를 장식할 깃발들을 쪽으로 염색하여 제작한 것이다. 


아와 쪽의 생산으로 유명한 일본 도쿠시마 현에 위치한 브아이소우는 쪽의 경작부터 제품의 디자인과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진행한다. 그중에는 ‘지옥의 날(Jigoku date)’이라는 이름의 공정이 있는데, 이는 쪽 염색의 전통적인 발효과정을 뜻한다. 기나긴 공정을 거쳐서 탄생한 깊고 푸른 컬러의 깃발들이 일제히 바람에 나부끼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2012 년 브아이소우를 공동 설립한 텍스타일 염색디자이너 카쿠오 카지(Kakuo Kaji)는 쪽을 키우는 농부 켄타 와타나베(Kenta Watanabe)와 손을 잡고 ‘농장에서 옷장까지’라는 모토 아래 회사를 키워나갔다. 파랗게 쪽물이 든 카쿠오 카지의 손에서 메이커로서의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제공: BUAISOU, 촬영: Kyoko Nishimoto)

브아이소우(BUAISOU) 설립자, 

카쿠오 카지(Kakuo Kaji)



"제가 쪽 염색에 처음으로 흥미가 생겼던 시기는 조케이 대학교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아오모리에서 도쿄로 이사했던 17살부터 였습니다. 저는 쪽 염색 과정과 그것이 요구하는 인내심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쪽 염색은 다른 천연 염색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것은 아트의 한 형태였습니다.   


콜 드롭스 야드의 매장 ‘키오스크(KIOSK)’ 입점이 우리 제품으로 하여금 LCW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쪽 염색 워크숍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모든 워크숍 예약이 사전에 마감되는 것을 이전에는 본 적이 없었거든요. 또한 저는 많은 사람들이 쪽 염색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행복하고, 영국의 많은 매체에서 우리를 조명하는 것이 기쁩니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 쪽 염색을 통해 전통 염색 기술을 이해하고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본 내용은 격월간 매거진 공예플러스디자인 2019년 7/8월호에 각색하여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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