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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Dec 13. 2017

궁합: 궁한 자들의 합

- 2018 지방선거를 앞둔 두 정당의 '합' 맞추기

결혼을 앞둔 사람이나 결혼을 한 사람이나 이혼을 앞둔 사람이나 '궁합'이란 걸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궁합 맞추기가 개인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 각 지역 정당들도 지금 '궁합' 맞추기를 고민 중이다. 


 연정의 난항
정당정치의 대표주자 독일, 지난 9월 24일 총선에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하 기민당)이 승리함으로써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4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이전 아데나워와 콜 총리의 뒤를 이은 쾌거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집권여당이 된 기민당에게 큰 숙제를 안겨 주었다. 이번 총선에서 기민당이 차지한 의석은 246석. 2013년 총선에 비해 65석이나 줄어든 수치다. 독일  의회 과반 355석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총선 이후 전개되었던 연정 협상은 결국 결렬되었다. 협상 당사자였던 기독교민주당(기민당), 기독교사회당(기사당) 연합, 자유민주당(자민당), 그리고 녹생당이 '합'을 맞추는데 실패한 것이다. 
각 정당들의 상징색이 검정·노랑·초록으로 자메이카 국가의 색 조합과 같아서 '자메이카 연정'이라고도 불렸던 연정 구상이 실패하면서 집권여당인 기민당의 고민은 깊어질 것 같다. 



만약 이번 자메이카 연정이 성공했다면 기민당-기사당 연합 246석, 자민당 80석, 녹색당 67석 총 393석으로 과반 355석을 가뿐히 넘기는 연립정부가 구성되었을 것이다. 이들의 '합' 맞추기가 실패한 까닭은 무엇보다 정당 간 노선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전통적 우파 정당인 자민당과 진보적 성향의  녹색당의 '합'이 쉬울 리 있었을까.  

언론에 따르면, 연정 협상에 있어 '난민 가족의 수용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다. 한 마디로 난민의 수용 속도를 늦추자는 보수 성향의 정당들과 인권 보호 차원에서 난민의 수용을 늦출 수 없다는 녹색당의 의견이 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것이다. 


한국 정당들의 고민
한국 정당들도 '합' 맞추기에 고심하고 있는 형국인 바,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계 개편, 특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 정당의 역사 자체가 이합집산의 역사요, 합방, 별거, 이혼, 스와핑, 재혼, 사별 등 복잡 문란한 '궁합'의 역사이긴 하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작은 파란을 일으키며 탄생한 바른정당이 변절자들의 배신으로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채 11석의 군소 정당으로 추락하면서 2018년 지방선거에서의 활약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국민의당의 고민도 크다. 국민의당은 창당 직후부터 정당 정체성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었다. 더구나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아들의 취업 의혹을 이슈화했던 국민의당의  전략(?)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에 대한 지지도는 급락했다. 

정치판에서 궁합이란 일견 '궁한 자'들의 합일 수도 있겠다. 서로 궁한 처지에 놓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최소한 정책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아직 두 정당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바라고 있으나 정동영 의원 등의 '반안철수' 세력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 형국. 이 두 정당 간 정책 노선 차이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대북 정책의 경우, 국민의당 내 호남계 의원들이 떠받드는 김대중식 '햇볕정책'을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반길 리 없지 않은가. 


렇듯 독일이나 한국이나 정당 간 궁합 맞추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독일의 정당 궁합 맞추기는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것인 반면, 한국 정당들(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는 2018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연대'에 가깝다. 이는 설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된 정당으로 재탄생한다 하더라도 선거 이후에 또다시 '재분열'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혼을 앞둔 슬픈 결혼식이 될 확률이 높다. 

 LaPalombara 교수와 Weiner  교수에 따르면, "역사적 위기들은 정당들이 창설되는 맥락을 제공할 뿐 아니라 정당들이 진화하는 패턴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처한 현재가 '역사적 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위기임에는 확실하다. 2018년 선거 실패의 위기는 이 두 정당이 또 다른 정당으로 창설되는 맥락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 이 두 정당들이 '진화'라는 긍정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나저나 만약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그 정당은 또 뭐라 이름을 지으려나. '바른국민의당'? '국민의바른당'




* 참고 문헌: Joseph LaPalombara and Myron Weiner. 1966. "The Origin and Development of Political Parties." LaPalombara and Weiner (eds.) Political Parties and Political Development.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pp.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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