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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Dec 14. 2017

연말, 향연(symposium)의 시작

연말 모임, 교양이 답이다

어느덧 2017년의 연말이 도래했다슬슬 연말 모임들이 달력 곳곳을 채운다
  
이런저런 연말 모임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김상중씨가 튀어나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말입니다...왜 어떤 연말 모임은 즐겁고 또 어떤 모임은 지루하기 짝이 없을까요지루한 연말 모임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그러게 말입니다...?
  
연말 모임이란 게 한 해를 보내며 가까운 사람들과 재미와 의미를 나눠보자 모이는 것일 텐데, 어떤 모임은 언제나처럼 즐겁고또 어떤 모임은 언제나처럼 재미가 없다더 흥미로운 경우는 예전엔 그렇게 재밌던 모임이 언젠가부터 이렇게 지루할 수가 없다왜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다우선 피 끓는 청춘들의 모임을 진정한 '엔터테인먼트'로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변수는 남녀 '성비'다남자들이 싫어하는 모임 중 으뜸은 남자들로만 꾸역꾸역 채워진 모임이다. vice versa, 여자들도 마찬가지남녀 성비를 일정 정도 맞추기만 해도 – 모임의 '진정성'은 어떨지 모르나 – 모임의 '오락성'만큼은 급상승한다그렇다청춘의 모임엔 '성비'가 가장 큰 변수다. (물론 중년장년노년에게도 이 변수를 무시할 순 없다아닌 척 말자.) 
  
재밌는 모임이 되려면 '공통된 화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다들 아는 사실이다. 모인 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람이슈로 이야기가 무르익으면마우스 엔진의 RPM은 빨라지고 주()유구로 들어가는 연료도 '만땅'이다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은 대화의 성스런 제물이 되어 무참히 씹히고 뜯긴다가십거리는 곧 씹을거리다

그런데 이런 가십거리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끝은 왠지 공허하다. ", 너 그거 봤어?"로 시작되는 연예인 가십이 사실 나에게 아무런 '의미 없음'을 깨닫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물론 TV 드라마에 대해 1시간 이상 떠들 수 있는 사람의 경지는 더 이상 일반인의 경지가 아니다. ‘오타쿠이며 대중문화 평론가에 가깝다
  
연말 모임의 대명사, ‘동창모임에서의 단골 메뉴는 단연 학창 시절의 추억이다. 전(前) 직장 동료 모임에서 직장상사에 대한 몹쓸 추억은 흥행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과거의 추억들은 차츰 희미해진다함께 되새김질하기엔 그 추억의 양이 너무 적다모임을 거듭하며 추억만을 반복 재생하다 보면 이내 모임의 분위기는 늘어난 카셋테이프처럼 탄력을 잃는다

모임을 항상 재밌게 만들어주는 결정적 '변수'는 무엇일까? 답은...말하자면 '교양'을 적당히 섞은 대화에 있었다. 그동안 재미있었던 모임들을 생각해보자. 와인에 대한 상식을 가진 친구가 포도 품종에 관련한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오타쿠는 내가 놓쳤던 영화의 명장면을 상기시켜 주며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지 열심히 설명해 준다. 음악에 미쳐 LP판을 함께 찾아 헤맸던 초등학교 동창은 자신이 요즘 흠뻑 빠졌다는 음악을 소개한다. 맥주를 좋아하는 예전 직장 동료는 맛있는 맥주 브랜드 몇 개를 추천해준다. 결국 맥주 한 병을 더 시킨다. 

돈, 육아, 승진, 퇴직, 이런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 따위는 잊어버리고  '알쓸신잡'스런 대화들을 나누다 보면 모임의 분위기는 훨씬 쫄깃해진다. 지식의 깊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서로의 유식함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닌, 적당한 중용 속에 나누는 '교양스런' 대화는 모임을 언제나 즐겁게 만든다. 편안하면서도 지적인, 가볍지만 경박하지 않은, 진중하지만 무겁지 않은 대화는 언제나 새롭다. 


에로스(에로가 아니다) 넘치는 술자리, 교양 넘치는 대화, 서로가 '우리'가 됨을 축하하며 부딪치는 술잔...연말, 그 향연(symposium)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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