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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Feb 28. 2020

[서평] 사회과학 글쓰기

짧아서 좋은 책

얇지만 좋은 책, 짧아서 좋은 책

책 <사회과학 글쓰기>는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이 발간하는 ‘서울대학교 글쓰기교실 연구노트 총서’ 시리즈 중 제3권으로 나온 책이다. 총 페이지 수 127페이지. 페이지 수에 걸맞게 한 손에 잡히는 크기의 판형 – 아마도 46판형 – 으로 제작된 아담한 책이다. 사실 글쓰기에 대한 책이 너무 두꺼우면 여러모로 좋지 않다. 그 이유는 꽤 명확한데, 글쓰기 책을 읽느라 지쳐 정작 글쓰기를 해볼 시간과 용기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글쓰기 관련 책들이 제시하는 수많은 조언과 요령들이 정말 글쓰기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사회과학 글쓰기>는 오히려 짧아서 좋다. 분량이 적은데도 책은 곳곳에 다양한 예시글들을 배치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양비론’, ‘허위 관계’, ‘조작적 정의’ 등 사회과학 글쓰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개념들도 틈틈이 소개하고 있다. 얇은 두께와는 달리,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밀도가 상당하다. 체격은 작지만 잔 근육 가득한 다부진 몸을 가진 무술가의 면모를 지녔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니만큼 책 속 문장들은 간결하면서도 견고하다. 특히 주어술어 호응이 어긋 문장이 없어 가독성과 책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책은 제목 그대로 <사회과학 글쓰기>를 위한 핵심적인 방법을 담고 있다. 책은 총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사회과학 글쓰기를 위한 시작, 전략과 습관을 제시한다. 특히 첫 번째 파트 ‘시작이 달라지는 글쓰기’에서 저자는 두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사회과학 글쓰기의 출발점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며 둘째, “자신만의 고유한 시각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며, 그 원인을 자신만의 관점을 통해 해석하고 증명하는 것이 사회과학 글쓰기의 본질인 것이다.      


결국 사회과학 연구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과학의 다양한 접근법과 주장을 학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관심, 궁금증, 접근방식 등이 중요하며,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주 써봐야 한다.
- <사회과학 글쓰기> p.10


 책의 두 번째 파트인 ‘전략적으로 글쓰기’에서는 사회과학 글쓰기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점들을 군더더기 없이 소개한다. 첫 번째 전략으로 책은 “하나의 주장을 향해 글이 모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위한 세부적인 여덟 가지 요령을 소개하고 있으니 차례대로 꼼꼼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책은 세 번째 파트에서 ‘글쓰기가 쉬워지는 습관’ 다섯 가지를 제시하는데 그중 하나가 흥미롭다. 바로 종이 신문 읽기다.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영상 매체보다는 종이신문과 같은 일종의 정공법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종이 신문을 통해 “그날의 세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언은 현직 교수로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온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래서 좀 더 견고하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꾸준히 신문을 읽고 사회적 사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 온 학생의 글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글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서 사회현상과 시대적 흐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종이 신문을 읽는 것이다.
- <사회과학 글쓰기> p. 113

                                                                         

책의 저자인 강원택 교수(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는 특히 대학원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읽을 과제를 많이 안겨주는 교수로 악명(?)이 높다. 소문에 따르면, 학기 시작 전 선행 과제로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 전집을 모두 읽어오라 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참고로 <태백산맥>은 모두 10권이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전 21권)가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도 매 수업이 열릴 때마다 수강생 정원이 넘친다고 하니 저자의 내공과 열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책 <사회과학 글쓰기>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읽기’에 대한 매우 실용적인 조언도 놓치지 않는다. 글쓰기에서 ‘읽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선택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럴 때 사람들은 보통 고전을 떠올리지만, 문제는 사회과학 분야만 해도 너무나 많은 고전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에 저자는 교수들의 평가를 참고해 보라고 권고하면서 명저로 불릴만한 저작 목록을 소개한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 교수들이 선정한 37권 여의 고전들이다. 당대 삶의 모습을 잘 그려낸 소설을 읽어도 도움이 된다며 김훈의 <남한산성>, 최인훈의 <광장> 등의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 올 한 해 책이 소개하는 저서들만 읽어도 굉장한 독서 성과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맺음말에서 글쓰기의 ‘즐거움’을 잊지 말자고 당부한다. 글을 쓰는 이가 글쓰기를 즐기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독자가 할 일이 남았다. 책 읽기가 끝났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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