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과와 토크 컨버터

<올리브빛 감정선> - 28

by 하 연

산업 혁명의 잔재에서, 종종 죽음과 직결되는 증상이 있다.

이제서야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시간의 유실물 속에서, 나는 그 잔여물에 속이 메스꺼웠다.

충분히 발달한 마법에 치유받으면서도, 고통스러웠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황금사과를 놓고 간, 폭풍 아닌 불화였다.


새로운 기술과 기법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좋다.

손을 잡고 함께 날아가줄 봄이 아닌 겨울이, 나는 좋았다.


우리는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서 새로운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안녕, 인사를 하면서도 뒤에서는 칼날을 갈아야 한다.


고향 땅의 순풍조차 해소해주지 못하는 답답함이 정말 싫었다.


바람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나아가지만

나는 반석 위에 우뚝 섰기 때문이었다.


나는 육중한 토크 컨버터가 달린 자동변속기 없이는

운전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왼발을 쉬게 했다고 해서 오른발이 더 고생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동을 걸면, 멈출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가솔린 엔진이

마치 사람 같아서, 사람처럼 숨을 쉬는 것만 같았다.


우리에겐 언제나 산소가 부족하다.

모든 내연기관은 숨을 쉬어야 한다.


엔진은 기름을 불태우고, 인간은 포도당을 불태운다.

산소는, 확실히 우리들의 공통연료였다.


사라진 모든 것들을 위해서, 이 글은 존재한다.

인류의 친구와 숙적은, 인류를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자를 좋아하고, 후자를 싫어한다.

그 감정들의 배신에 우리는 자동기계로 몸을 두르는 인간이었다.


컴퓨터, 시계, 이어폰, 그리고 자동차.

이제는,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을 벗어던져야 할지도 모른다.


명백히 ‘호모 오토매틱스’라는 이름으로 불러야만 할지도 모른다.

달빛조차, 자동으로 잠들지 못하는 도시의 나그네였다.


뒤를 돌아보면, 계절은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귀를 기울이면, 그것이 황금사과와 토크 컨버터의 세상이었다.


용해력에서 시작된 회전력과 추진력만이 전부인

기계문명의 유토피아였다.


열역학 제1법칙. 에너지는 보존된다.

그렇다면 나의 답답함은 어디서 굴러온 돌이었을까.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의 답답함만큼, 바람은 바람길을 찾을 것이다.


열역학 제3법칙. 절대영도에서 엔트로피는 변화하지 않는다.

세상에 불변하는 가치는 없는 법이다.


진리는, 절대 글로 풀어낼 수 없다.

하지만 엔트로피처럼, 절대 감소하지 않는다.

그저, 더움과 추움을 반복하며 흐를 뿐이다.


이것은 우리보다 46억 년을 먼저 살아온 지구의 가르침이다.


기쁨도 슬픔도, 그저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바람길을 찾아서, 먼 길을 떠나려 할 뿐이다.


황금사과처럼 이리저리 유혹하고

토크 컨버터처럼 힘의 차이를 조절하며 빙글빙글 돌고 있을 뿐이다.


고통은, 나를 어지럽히며 빙글빙글 돌게 만든다.

지구가 빙글빙글 돌고 있음을, 순수하게도 느끼게 해준다.


실은 죄악 없이 고통을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지구의 자전에 나는 멈춰섰지만, 그러나 우리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나는 빙글빙글 돌고 있다.


현재 기온은 섭씨 0도. 그러나 절대영도는 아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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