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빛 감정선> - 18
소금 섞인 강물로 흘러가는
아라뱃길의 다리 위에서
황금색의 머리칼을 허리춤까지 늘어뜨린 소녀는
산책을 하며
황금시대의 시티 팝을 듣고 있었다
그녀는 머나먼 행성의 친구를 생각하며
그리운 고향을 음미하고 있었고
또다시 모험을 함께할 이방인들이
찾아오기를 고대하며
가까이 다가온 나에게
가식 섞인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내게서 등을 돌렸다
푸른 눈동자에 타오르는 푸른빛 불꽃은
분명 외계의 혈통이었다
그녀의 뉴발란스 스니커즈는
언제나 발소리를 내지 않고
다만 다리를 지나는 스포츠카들이 은닉을 도와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양쪽 귓바퀴에서 새어나오던
이케다 마사노리의 <River Side Dilemma>만은
서슴없이 발소리를 숨기지 않았고
언제나 발소리를 숨기는 것은
주류에서 소외된 이민자들이고
그 땅의 주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들도 그랬다
적어도 황금시대가 오기 전엔
그들도 그랬다
분명 이상했다
시대는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일 텐데
세대는 배웅하는 게 아니라 마중하는 것일 텐데
사람들은 시대를 맞이하고
사람들은 세대를 떠나보낸다
바쁜 만큼 사람을 흡수해가는
지옥행 황금열차처럼
정적은 그대로 둔 채 꿈을 흡수해가는
어둠 속으로 떠난 올리브빛 감정선처럼
운전기사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같은 곳을 지구 1만 바퀴나 돌아본 사람들이니까
다만 같은 물길을 타고 영겁의 세월을 흘러온
한강의 불꽃 축제에 비할 바는 더더욱 아닌 거겠지
소녀는 그 강의 염원이 담긴 불을 바라보며
내게 씌워준 헤드폰에는
우주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음악은 시간을 간직하는 그녀의 경호원이었고
소리에는 더 큰 소리로 공간을 지배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어
이어서 내게 이렇게 말했지
지금은 우리의 소리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야
그게 우리의 공간이 되고
우리의 공감과 교감을 만드는 거야
나는 그저 너의 한낱 외계인이 아니야
우리는 혼혈을 만들 수 있는 아종들이잖아
너와 나는 그리 먼 존재가 아니야
이제 이곳에서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거니까
Ikeda Masanori - <River Side Dilemma>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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