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라이트 시티 메트로

<올리브빛 감정선> - 41

by 하 연

부평역에 계양행과 송도달빛축제공원행 증기기관차가 동시에 도착했다.

나는 생각했다.

그동안 꽤 단조로운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하고.


사람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텅 빈 중동로데오거리에 내린 눈은 어느새 빙판이 되어 밤하늘에 걸린 흰 구름의 색을 잃어버렸다.


수많은 눈송이들이, 나의 고향 색채에 동화되었다.


하늘을 보며 살아야 한다지만, 그만큼 하늘이 아닌 지상 위의 다른 만물들을 보지 못하는 장님인 것이었다.


중동 로데오거리, 한때 한적했던 이곳은 어느덧 고층아파트가 들어섰다.

한때 터미널이 있었던 이곳엔 시민들의 공영주차장만이 남아있었다.


푸르지오 시티, 한때 프랑스 대기업의 장사판으로 북적였던 그곳은 어느덧 초고층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한때 둘만의 추억으로 가득했던 그곳엔, 어느새 깔끔하고 고급진 사무실들이 들어섰다.


할로겐 전조등의 미약한 불빛들로 산을 이루던 계남고가사거리의 대로는 어느새 LED와 수많은 적외선 센서로 가득한 20년대만의 풍경을 자아냈다.


그러나 내가 어떤 것을 생각하든, 두 귀로 흘러들어오는 음악에 나는 자만했는지도, 안주했는지도 모른다.


관점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사랑의 관점,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 삶을 대하는 관점들.

하늘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보다 자명하지만, 이 도시엔 사람의 눈길을 끄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비록 그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관점의 편린들은 절대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필요악이었다.


메트로폴리스, 라이트 시티엔 언제나 메트로가 질주한다.


도시는, 인류가 자유를 쟁취하려는 노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자유를 위한 여정에서 부자유를 배운다.


나에겐, 이곳을 아늑한 집으로 삼는 나의 정령이 있었다.

이 녀석에 대해서 몸둘 바는 아직 없지만, 나는 그 때를 기억한다.


서늘한 새벽, 차도 사람도 지하철도 잠을 자는 시간에 절대 잠들지 않는 도시의 몽환에 대한 순간을 담은 유화 한 점을


그 날들의 무수히 많은 추억과 시간과 조각들은, 메트로폴리스라는 이름 속 자유의 상징이었다.


모멘텀, 나에게 올리브색 메트로는 언제나 자유를 찾는 여정이었다.


어쩌면 나는 나의 정령들을 다시 되찾기 위해, 쟁취하기 위해 곧 올 그 날을 고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그런 날을 기다린다.

나의 수많은 믹스테이프와, 헤리티지와 함께.


항상 이렇게 글을 쓰고 나면, 어딘지 모를 불안감은 가라앉곤 한다.

정리되지 않은 불확정성의 미래를 잊을 수 있다.

메트로폴리스, 도시가 나에게 건넨 빛 한 줄기.


그림자 따위는 언제나 나의 통제 하에 있었다.

도시의 밤, 도시의 빛이 너무나 눈부셔서, 나는 언제나 몽환에 대한 순간으로부터 구원을 받는다.


나의 메트로폴리스를 위하여, 나의 소중한 스승들을 위하여.

질주하는 올리브빛 감정선과 질주하는 경주마들을 위하여.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나갈 생각이다.

나에게 이런 도시를 남겨준 선대의 빛을 위해서.

작가의 이전글무엇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