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85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설명하기 어려운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말이 잘 통해서도, 취향이 같은 경우도 아닌데 말이지요. 상대와 나의 호흡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감정의 속도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에 편안함이 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리듬의 힘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말만을 주고 받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움직임과 감정의 흐름에 반응하여 ‘동기화’되는 존재입니다. 같은 박자에 있을 때 어느 때보다도 깊은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 느껴보셨나요?
평소 조용한 성격을 가진 저의 지인은 그동안 여러 운동을 시도했지만 금세 흥미를 잃고 별로 재미를 못 느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즐기게 된 운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스피닝이었습니다. 스피닝 운동은 실내에서 빠르고 신나는 음악에 박자를 맞춰 빠르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유산소 운동 중 하나입니다. 언뜻 격렬해 보이는 이미지의 운동이라 어떻게 재미를 붙이셨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스피닝 강사님의 수업과 너무 잘 맞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잘 가르쳐주시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분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분의 수업을 들어봐도 적응이 잘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체육관 시간표가 바뀌는데 본인의 시간과 맞지 않을지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흘러 다시 그 지인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새 운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냐고 물었더니 스피닝 시간표가 바뀌어서 다른 강사님에게 배우고 있는데 자신은 도통 적응이 안 되고 운동까지도 마음대로 잘 안된다는 것입니다. 보통 스피닝 시간에 가서 신나게 운동하고 오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데 그게 잘 안되니 참 아쉽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다음 분기에는 근무 시간표를 조정해서 예전 강사님의 수업을 수강하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그렇게까지 할 정도인가 싶지만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에게 맞는 리듬이 있고, 그게 반복이 되어 익숙해지면 바꾸기가 힘들다는 것을 저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리듬을 함께 하는 사람들하고는 더더욱 끈끈해진다는 것을요.
결국 인간의 편안함은 너와 나의 세계가 동시에 박자를 맞추는 순간에 찾아옵니다. 서로 다른 리듬 속에서는 끊임없이 조율과 해석이 필요하고, 그만큼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하지만 같은 리듬에 들어가면 관계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흐르고 마음의 갑옷을 풀고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우리는 혼자보다 함께 있을 때 더 강해지는 존재이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공유된 리듬의 안정감이 흐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