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86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꼭 오래가는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공간에 오래 머물렀다고 해서 친밀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깊게 만든다는 것은 결국 ‘얼마나 오래 함께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함께 보냈는가의 문제입니다. 미주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일수록 ‘공동 경험(shared experiences)’의 빈도와 강도가 높았으며, 이는 장기적 관계 만족도를 예측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즉, 함께 겪은 경험은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관계를 만듭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떠올릴 때 장면과 감정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바로 가족과 친구의 관계입니다. 어떤 가족은 하루 종일 집에 함께 있어도 서로를 잘 모릅니다. 반면, 떨어져 살고 있지만 가끔의 한 끼의 식사만으로도 그 누구보다 친밀하고 깊이 이해하는 가족도 있습니다. 결국 관계를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자동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안에서 서로를 얼마나 진심으로 만났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이 있음’이 아니라 ‘함께함’이 중요합니다.
혹시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학교> 보셨나요? 이론만 빠삭한 ‘열공 몬스터’ 마이크와 무늬만 엄친아 ‘허세 몬스터’ 설리는 ‘몬스터 주식회사’ 입사의 꿈을 안고 ‘몬스터 대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격도 재능도 정반대인 둘은 첫날부터 삐걱거리며 급기야는 개교 이래 최악의 라이벌이 되고야 마는데요, 어느 날 일어난 엄청난 사건으로 인해 둘은 어쩔 수 없이 팀을 이루게 되어 팀원들과 함께 협동하고 도전하는 여러 일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우정을 쌓아갑니다. 그러던 중 둘은 서로의 힘든 점을 토로하면서 진심을 이야기하는 데요, “왜 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어?”하는 마이크의 질문에 설리는 대답합니다. “그땐 친구가 아니었으니까.”
누구나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함께 공부하거나 근무하는 사이더라도 함께한 경험의 밀도에 따라 친구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지요. 우리는 모두 하루 24시간 똑같이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간을 ‘얼마나 나누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나누는가’입니다.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10분은, 마음 없이 흘려보낸 1시간보다 훨씬 깊은 관계의 흔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