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다는 감각이 주는 심리적 지지

리추얼스토리-92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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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앞선다는 군대들도 행진과 같은 구식 훈련을 버리지 않고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사가 윌리엄 맥닐은 <일치단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 입대해 포병으로 근무한 참전용사였습니다. 1941년 그가 기초 훈련을 받기 위해 도착한 텍사스 기지에서는 한 달이 넘도록 전투복이 한 벌 밖에 지급되지 않았을 정도로 물품이 매우 부족했고, 훈련받을 때 필요한 대공포(공중의 표적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화포)도 대대 전체에 하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는 시간을 보낼 유용한 훈련들이 필요했는데 맥닐의 훈련 장교들은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 병사들을 몇 시간씩 밀집된 대형으로 이리저리 행군하게 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목적도 없는 행군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이리저리 동료 병사들과 행군하던 맥닐은 당시 훈련을 떠올리면서 ‘이보다 더 쓸모없는 훈련은 상상할 수도 없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땀을 흘리며 행군하던 맥닐과 그 동료 병사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장시간 한마음으로 행군하면서 생기는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형언하기 어려운 행복감이 온몸으로 스며들다가 다시 퍼져나간다고 할까.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라는 존재가 점점 더 커지고 부풀어 올라 생명체보다 더 큰 존재가 된 거 같았다.” 고 맥닐은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함께 행군하며 분명 본능적인 뭔가가 작동함을 느꼈고 그 무엇이 인간의 역사에 있어 언어보다도 훨씬 더 오래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박자에 맞춰 함께 큰 근육을 움직이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거나 하면 함께 결속되는 본능적인 느낌을 받는 것이죠. 맥닐은 이것을 근육적 결속musclar bonding이라고 불렀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2012년 연구에서는 공동 리듬 활동(걷기, 박자 맞추기, 함께 움직이기)은 엔도르핀 분비를 증가시켜 심리적 지지감과 결속감을 강화함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함께 걷는 행위가 대화보다도 더 강력한 정서적 안정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도 누군가와 나란히 산책할 때 스트레스, 불안, 고립감이 완화되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합니다. 여러분도 혹시 산책을 좋아하신다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산책을 하는 리추얼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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