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관계를 결정한다

리추얼스토리-93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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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본격적인 팬데믹이 시작되었던 2020년, 5인 이상 인원의 집합이 금지되고 대부분의 일상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정기적인 운동으로 헬스와 필라테스를 하고 있었는데 집합이 금지되었을뿐더러 당시에는 저조차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는 상황 자체가 꺼려져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을 하다가 어떤 사람이 각자 운동하고 나서 사진이든 글이든 함께 인증하자고 제안하는 게시물을 보았습니다. 그동안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교류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니 아쉽고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굉장히 솔깃한 이야기였습니다. 메신저에서 모여서 운동과 음식, 건강에 대한 여러 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 내가 운동을 했다는 인증도 하면 혼자서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10명 정도의 사람이 모여서 각자 운동을 인증했습니다. 서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아 힘이 많이 되고 에너지를 얻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납니다.


등산, 헬스, 수영, snpe, 풋살, 러닝,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클라이밍, 자전거, 발레, 필라테스 등등 참여자들이 하는 운동은 꽤 다양해서 자극도 많이 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매트나 헬스 기구 등 인증 사진과 글 그리고 그 운동에 대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공유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식단과 영양제, 부상 시 대처법 등 여러 건강 정보를 주고받았는데. 그런 과정이 너무나 즐거웠고 처음 알게 된 정보들도 많아 유익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든든했고 혼자 운동해도 뭔가 외롭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고 드디어 실제로 모이게 되었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그동안의 시간을 같은 목표로 이어와서 그런지 어색하지가 않았습니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에 거주하는 분도 계시고 한국 안에서도 지역이 달라 모이기 쉽지 않아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한두 해에 한 번 정도지만 여전히 돈독합니다. 지금도 여섯 명의 사람이 남아서 계속 소통하고 있고 이제는 일상의 고민을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남긴 “관계는 같은 속도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는 말과 같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 잔잔한 운동 모임이 저에게는 굉장히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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