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결된 관계는 삶의 감각을 되살린다

리추얼스토리-100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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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의 깊은 통찰로 유명한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인간은 관계 속에서만 완전히 살아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관계가 끊어지면, 하루는 흘러가지만 무언가 잘 남지 않고, 계절은 바뀌지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감정은 살아 있지만, 어딘가 입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인 느낌이 듭니다. 이것은 사실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의 감각은 원래 관계 속에서 더 또렷해지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연결되는 관계가 주는 변화는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웃음이 많아지고, 식사의 맛이 풍부해지고, 하루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생깁니다. 이 작은 변화들이 모여 삶의 해상도를 높입니다. 혼자서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연결될 때 우리는 더 생생하게 살아갑니다.


저는 적어도 한두 달에 한 번씩은 꼭 본가에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함께 하는 저녁은 평소보다 따뜻하고 에너지를 줍니다. 함께 수다를 떨다 보면 으레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지는 데요, 동생과 저는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스크림 전문점 베스킨라빈스에 가면 반드시 두 가지 맛을 포함해서 고릅니다. 그건 바로 초콜렛무스와 피스타치오아몬드인데요, 어릴 때부터 둘 중 하나가 아이스크림을 사게 되면 암묵적으로 이 두 가지는 꼭 골라 오곤 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둘에게는 말이 필요 없지요. 서로의 여전한 기호를 확인하면서 옛날을 추억하기도 하는 동시에 따뜻한 마음까지도 느끼는 것은 덤입니다.

입체주의의 창시자 피카소의 집에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집중적으로 작업하는 사이사이 잠깐 대화하는 것은 즐겼지만 작업 자체에 몰두하고 방해받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일주일 중 하루 일요일을 초대의 날로 정하여 오후에는 친구들을 만나서 우정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의 전기 작가 리처드슨의 말을 빌리자면 피카소는 폐쇄적인 삶과, 친구들과 어울리는 삶을 끊임없이 오갔다고 합니다. 창작을 위해서도, 삶을 위해서도 관계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입니다.


심리학에서 단절은 감정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외로움은 몸에 만성 스트레스 신호를 보내어 감각을 둔화시킵니다. 반대로 관계가 회복되면, 스트레스는 서서히 낮아지고, 삶은 다시 현실감을 되찾게 되어 “살아 있는 느낌이 돌아왔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 경험에 가까운 것입니다.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안부를 받는 순간,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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