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105
세상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시간이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이는 공짜로 먹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경륜은 무시할 수 없고 구력은 그냥 쌓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 해 한 해 지나가면서 우리 조상님들이 남겨 주신 스물 네 개의 절기에 대해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24절기는 계절의 길잡이로 농사와 날씨 판단에 쓰였고, 우리 조상은 절기에 맞춰 농사를 지었습니다. 지금은 농업 사회도 아니고, 또 어릴 때는 그저 전통이라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현대인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살아가는 데 있어 하나의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제는 그 절기 하나하나를 그냥 흘려 보내기가 아쉬울 정도이고, 리추얼적인 면에서도 우리가 절기를 뜻 있게 보내면 인생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절기가 있나요? 저는 사실 동짓날(12월 22일경)을 굉장히 기다리는데 그 이유는 이제는 낮이 길어진다는 희망 때문입니다. 저는 해가 오래 떠 있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조상님들은 동지는 해가 가장 짧은 날이라 음(陰)이 최고치에 달하는 날이어서 음의 성질의 가진 귀신이 가장 많이 활동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물리치기 위해 상대적인 양(陽)의 기운을 요구되었기에 양을 상징하는 붉은 팥죽이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었습니다.
옛적부터 고대인들은 붉은 색이 주술적인 위력을 지닌 것으로 믿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태양, 불, 피 같은 붉은 색을 생명과 힘의 표식으로 삼았고 이를 숭상한 것입니다. 따라서 동지는 태양이 죽음에서 부활하는 날로 여겼기 때문에 고대인들의 붉은색에 대한 믿음이 남아 있어 붉은 색의 팥죽을 쑤게 된 것이죠.
동짓날 팥죽을 쑤어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고 방, 마루, 광, 헛간, 우물, 장독대에 한 그릇씩 놓습니다. 또 들고 다니며 대문이나 벽에 뿌리면 나쁜 기운을 쫓고 새해의 무사안일을 빌었습니다. 그래서 이 동짓날을 ‘작은 설’이라고도 하였습니다. 동지팥죽은 새알심을 넣어 끓이는데 가족의 나이 수대로 넣어 끓이는 풍습도 있어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전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동지가 되면 죽 전문점은 쏟아지는 팥죽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릅니다. 또한 팥이 들어간 다른 음식으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단팥빵을 선물하거나 함께 팥빙수, 양갱 등을 나눠 먹으며 나쁜 기운을 쫓고 새해의 좋은 기운을 비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다른 절기를 현대화해서 함께 즐기면 너무 재미있을 거 같지 않나요? 이것은 정말 귀엽고 멋진 리추얼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