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가

리추얼스토리-106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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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어디쯤 왔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지금의 나를 보다 더 여유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통 일 년이란 시간을 보낼 때 어디까지 왔는지를 음식으로 느낍니다. 먹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각종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는 계절을 반영한 음식과 음료를 기획하여 일정 기간 판매하고는 하는데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2017년 출시한 슈크림 라테는 그 중 단연 인기가 있습니다. 달콤한 슈크림과 씁쓸한 에스프레소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기에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시즌 음료인데요, 슈크림 라테 판매 시작을 알리는 포스터를 보면서 봄이 온 것을 느끼게 됩니다. 보통 2월 말에서 3월 말 한 달 정도만 마실 수 있어 판매가 마감되면 조금은 서운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온열질환에 걸려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몇 해 전에 직장에서 에어컨이 고장 나는 바람에 며칠간 더위 속에서 근무해야만 했습니다. 그때 더위를 먹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게 되었지요. 몸이 축 처지고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며칠을 고생한 후로 조상님들이 찌는 듯한 더위에 복날을 만들어서 몸을 보양하신 그 이유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말이 필요 없이 저에게는 삼계탕입니다. 매년 7월에서 8월 사이에 있는 초복, 중복, 말복에는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삼계탕집 투어에 나섭니다.


선선한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사과대추를 저는 정말 사랑합니다. 대략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가을의 한가운데가 즐길 수 있는 황금 시기로 사과대추의 제철은 일반 과일과는 달리 아주 짧은 편입니다. 또 쉽게 쪼글쪼글해지는 등 저장성이 떨어지는 편이라 이 시기 동안 자주 소량 구매 후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정말 열심히 먹어야 해요. 10월 말이 되면 저는 아직도 판매 중인 농장을 찾아 헤맵니다. 한 입 깨물 때 ‘아삭!’하는 그 경쾌한 소리와 식감, 달콤한 과육을 맛보고 나면 중독될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은 붕어빵의 계절이지요. 가끔 동네에 붕어빵 트럭이 오는 날에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트럭에 함께 줄 선 사람들조차 내적 친밀감이 들고, 기다렸다가 따뜻한 붕어빵 몇 마리를 품에 안고 걸어가면 마음마저 훈훈해집니다. 직장 동료와 퇴근하면서 붕어빵을 나눠 먹는 날은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게 소파에 앉아 꼬리 부분을 입안에 쏙 넣는 순간 ‘지금 겨울 맞구나’가 느껴집니다. 어느 순간 붕어빵 트럭이 안 보이는 날에는 날씨가 완연히 따뜻해져 있지요.


여러분들의 제철 음식 리추얼은 무엇인가요? 그것이 무엇이더라도 내가 지나는 계절을 느끼고 체감하는 순간 삶은 흐름이 되고, 작아도 확실한 행복감과 안정감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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