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9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조금 다르게 말해보겠습니다. 인간은 실수인 줄 알면서도 반복하곤 합니다.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인간은 반복이라는 행위 자체를 사랑합니다. 반복에서 쾌감과 안정감, 그리고 학습 효과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반복은 단순한 행동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뇌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중요한 생존 방식 중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여러 번 확인되었습니다.
첫째, 반복되는 행동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합니다. 동일한 행동을 여러 번 하게 되면 도파민 경로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쾌감을 느낍니다. 뇌는 “이 행동은 보상이 있다”고 판단하고 다시 그 행동을 선택하려 합니다. 이 과정이 누적되면 반복하는 그 행동은 유익하다는 판단 경로가 생기고, 실수라고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둘째, 1968년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의 ‘반복 노출 효과’ 실험에서도 반복의 힘이 확인되었습니다. 처음 본 낯선 단어라 할지라도 여러 번 노출되면 사람들은 점점 더 그 단어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반복은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예측가능성은 뇌의 부담을 줄여 안정감을 줍니다. 우리가 매번 같은 길로 출근하고, 처음 봤을 때는 별 관심도 없고 심지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던 각종 유행 아이템들이 어느 순간 멋져 보이고 마침내 나도 가지고 싶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던 거죠.
셋째, 반복은 능숙함과 몰입을 만들어냅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의 연구에 따르면 반복된 행동은 사람을 몰입 상태로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몰입을 경험하고 나면 사람이 자신감이 붙고 만족감과 평온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넷째,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의 선호는 일관되게 나타납니다. 음악 심리학 연구에서는 반복되는 후렴이 있는 음악의 선호도가 더 높았습니다. 콜드플레이의 ‘vivia la vida’와 같은 유명한 떼창곡들을 떠올려 봅시다. 다들 매력적인 후렴구를 가지고 있지요. 또 행동 경제학에서는 반복 구매 경험이 있는 제품을 재구매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줍니다. 한 번 써본 건 왠지 믿음이 가는 거죠, 그리고 인지 심리학에서는 반복 학습이 장기 기억에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진화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위험 회피에 도움을 주어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이렇듯 반복 선호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었던 반복된 실수들은 나도 어찌할 수 없었던 인간의 본성 때문에 일어났던 일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