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11
저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배드민턴을 정기적으로 치고 있습니다. 특히 금요일에는 레슨을 받는 날이기 때문에 제가 굉장히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얼마 전 가족들과 약속이 있어서 그 주 레슨을 받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없는 레슨이라 아쉬워서 코치님께 어렵게 부탁했습니다. “코치님, 제가 다음 주에 사정이 있어서 레슨을 받기가 어려워요. 죄송하지만 이번 주에 좀 빡세게 받을 수 있을까요?” 제 체력을 너무 과대평가 한거죠.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을 텐데 과욕을 부려서 그날 체력이 방전되어 버렸습니다. 열정이 앞서서 제 스스로 신체 리듬을 깨버린 거죠. 감기와 몸살이 겹쳐오는 바람에 운동을 2주 넘게 쉬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무턱대고 열심히 하는 것보다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요.
어렸을 때는 용암처럼 뭐든지 녹여버릴거 같은 뜨거운 열정도 천년만년 갈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그렇지 않는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써 체득했습니다. 분명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은 강렬합니다. 하지만 그 불꽃이 꺼지고 난 뒤에 파사삭 내려앉는 재처럼, 불타오르는 열정 후에는 무기력과 침울함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반면, 작은 파동처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리듬은 초반의 화려함은 덜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무엇인가 그 위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씩 뒤적여 주는 화롯불을 상상해보세요. 그 온기가 오래 갈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리듬이 힘을 갖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의지는 고갈되기 마련입니다. 시작할 때는 누구나 ‘이번에는 진짜 하고야 말겠어!’라는 마음을 먹습니다. 하지만 그 동기는 반짝이다가 약해지고 흔들리죠. 그러다 결국 멈춰버립니다. 하지만 리듬이라면 매일 또는 격일로 조금씩한다는 규칙이 서서히 자동화되고, 어느 순간 하지 않으면 괜히 찝찝한 기분마저 듭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반응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죠.
둘째로 리듬은 누적의 아름다움을 가집니다. 작은 반복이 1그램씩 쌓여서 일정한 질량을 이루게 되고, 그것이 나중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지요. 예를 들어 하루 딱 10분 글쓰기를 한다고 하면 1년이라면 노트 한 권 분량이 나올지 모릅니다. 부담이 없지요. 그런데 ‘하루는 두 시간 쓰고 하루는 쉬자’의 폭발적인 패턴은 지속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이는 노력의 절대적인 양만이 중요한게 아니라, 노력이 리듬 속에 잘 배치되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이죠. 리추얼은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우리가 정하는 대로 삶에 리듬감을 부여합니다. 지루한 일상에는 신선한 리듬을, 무너진 일상에는 정돈의 리듬을 불어넣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