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과연 그저 껍데기일 뿐일까?

리추얼스토리-14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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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도서 분야에서 ‘파워 포즈’라는 게 열풍처럼 불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당하게 파워 포즈를 취하라, 당신 인생이 바뀔 수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에이미 커디가 2012년 테드 강연에서 설파했던 것인데요,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쪽은 다리를 쫙 벌리고 두 팔을 뻗는 등 자신감 넘치는 자세를 취하도록 했습니다. 다른 한 쪽은 다리를 오므리고 팔을 모으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라고 했죠. 이런 자세를 2분간 취하라고 한 후에 연구진이 실험 직후에 두 그룹의 타액을 채취해 성분 분석을 해보니 자신감 넘치는 자세를 취한 그룹은 테스토스테론이 올랐고 코티졸은 줄었습니다.


즉, 자신감 넘치는 자세를 취하게 되면 실제로도 자신감이 올라가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줄었다는 거죠. 그래서 중요한 회의에 들어가거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등의 중요한 행사 전에 이런 자세를 2분 동안 취하고 들어가면 좋은 결과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었습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이 방식으로 손쉽게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었죠. 몇 년 후 이 실험의 통계 기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도 나왔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배울 점을 남긴다고 봅니다. 웃는 표정을 지으면 뇌가 지금 나는 즐겁다고 판단한다고 하듯이 우리가 자신감이 올랐다고 생각하고 믿는 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거죠.


이렇게 자세와 몸짓, 즉 외적인 형식이 마음가짐, 즉 내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공손한 몸짓을 떠올려 봅시다. 몸가짐이 바르고 반듯하면 속마음도 그럴 것이라고 보통 생각합니다. 물론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확률은 반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몸가짐이 반듯하지 않은데 속마음이 과연 예의를 갖추고 있을까요? 이런 경우에는 거의 백 퍼센트의 확률로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거죠. 아이가 잘못해서 웃어른이 꾸중하실 때 팔짱을 끼고 있다거나, 딴 데를 쳐다보거나, 짝다리를 짚고 있으면 그래서 자세를 정돈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예의를 갖춘 공손한 몸가짐은 정신적인 효과가 있고 상대방에게도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몸이 정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몸을 따라갑니다.


최근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형식 말고 내용이 중요하다는 거죠. 하지만 형식을 갖추는 행위는 절대로 쓸데없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용의 질을 생각한다면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게 형식에는 상징적인 힘이 있어 우리로 하여금 안정감이 들게 하고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힘이 있지요. 리추얼은 형식을 갖춘 나만의 의식입니다. 나만의 리추얼을 갖게 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나만의 무기가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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