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들게 하는 장치

리추얼스토리-24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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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서 불안해져서 실수했던 경험, 저도 있습니다. 제가 20대 초중반 때의 일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중요한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타 지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아침 8시에는 입실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전날에 미리 가기로 했습니다. 그 지역에 친척이 살고 있긴 했지만 시험 장소와 거리가 멀었고, 무엇보다 전날에는 그냥 혼자 있으면서 시험을 대비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근처에 있는 호텔 예약을 했고 밤이 되었습니다. 잠자리가 낯설고 편안하지가 않으니 잠이 잘 오지가 않더군요. 거기에 시험에 대한 압박과 걱정 때문에 아무리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해도 눈은 말똥거리고 오히려 자려고 할수록 잠이 달아났습니다. 그렇게 새벽까지 잠을 설치고 시험장에 갔는데 컨디션이 너무 좋지가 않았습니다. 당연히 결과도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 년 후에 그 시험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본가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험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일 년 동안 더 준비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전날에 집에서 잠도 자고 아침은 엄마가 해주시는 밥도 먹었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데려다 주시는 차 안에서 몸도 마음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컨디션도 좋아서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보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몇 백명이 응시한 시험이었는데 10등 안에 드는 아주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저는 느꼈습니다.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상황이 어쩌면 좋은 결과를 얻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항상 우리를 평온하게 만드는 장소과 상황을 찾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들게 하는 장치를 찾게 되죠. 내가 익숙한 어떤 사물과 있는 것만으로도 익숙한 상황이 연상되어 불안함이 가시게 됩니다. 감사하게도 우리에게는 오감이 있어 여러 방법으로 우리를 안정적인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엄마가 외출한 상황인데 어린 아기가 엄마를 찾을 때는 어떻게 하면 달랠 수 있을까요? 정말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아기에게 엄마 냄새가 나는 옷을 주는 것입니다. 아기는 엄마 냄새를 맡으면서 마치 엄마와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이윽고 칭얼거리는 소리가 줄어들고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데요, 그래서 아기들에게는 애착 수건, 애착 잠옷, 애착 인형 등이 필요합니다. 불안한 감정을 성인들도 스스로 다스리기 쉽지 않은데 아기들은 더욱 그렇겠지요. 이렇듯 우리에게는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장치가 인생 살아가는 데에 있어 꼭 필요합니다. 그것은 리추얼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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