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힘은 언제나 느리게 드러난다

리추얼스토리-31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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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집 앞에는 기다란 천변이 있고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따릉이를 빌릴 수 있는 장소도 매우 가까이에 두 군데나 있습니다. 자전거 타기에 아주 적합한 동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꽤 많은 수의 지인이 저에게 강력하게 추천했고, 실제로 처음에 자전거를 처음 타보았을 때 ‘왜 이제야 시작한 거지? 이 좋은 걸 못 누린 시간이 아까워.’하며 자책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을 출근 전에 타고 부리나케 나갔는데 어느 순간 저와는 조금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백 명이 좋다고 해도 제가 아니면 아닌 거겠죠.


그래서 이번에는 달리기로 돌렸습니다. 달리기는 런데이라는 앱을 알게 되어 시작했습니다. 누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30초만 달려도 숨이 가빠오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적엔 그래도 꽤 달렸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지요. 그런데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저에게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고 믿어서 손해 볼 것 없다고 큰소리치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몰두할 무언가가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진짜 나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였습니다.

런데이 앱에는 여러 코스가 있는데 저는 초보 중의 초보이기 때문에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30분 달리기 도전’을 실행하고 이어폰을 꽂고 달렸습니다. 말 그대로 바로 옆에서 코치와 함께 같이 달리는 느낌이 납니다. 달리기에 관한 여러 정보와 달리는 마음가짐, 건강한 음식에 대한 정보, 운동복과 운동화 같은 장비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1분 뛰고 2분 걷고, 그 다음엔 1분 30초 뛰고 2분 걷고, 그러다가 도저히 더 오래 뛸 수가 없으면 복습을 여러 번 했습니다. 똑같은 코스를 몇 번을 하더라도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몇 개씩 찍히는 스탬프를 보고 ‘내가 그래도 나에게 지지 않고 근성 있게 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마저 느꼈지요.


너무 자주 하면 무릎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매일 하고 싶어도 주 2회나 3회로 제한해서 그렇게 남들은 8주면 끝나는 프로그램을 거의 반년을 넘겨서야 끝을 보았습니다. 남들이 얼마나 빨리 달리건, 얼마 만에 끝내건 그것들은 제게 중요하지 않았지요. 그저 나 자신이 작게나마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감각을 오롯이 느끼는 것이 소중했습니다. 그렇게 30분 달리기를 완성한 날,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위대한 러너’라는 말에 눈물이 또르르 하고 흘렀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내가 정말로 나와 연결되어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때 꾸준함의 힘은 느리게 드러날지 몰라도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한번 때리는 징보다 계속 떨어지는 낙숫물이 언젠가는 바위를 뚫을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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