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나를 닮고, 나는 공간을 닮는다

리추얼스토리-40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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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당연한 말이지만 소비를 장려합니다. 일회용품은 물론이고 예쁜 쓰레기, 패스트패션 등 많은 것들이 소비되고 소모되기를 기다립니다. 그래야 또 다른 게 판매될 수 있거든요. 저는 정말 내게 필요한 소비인지 몇 번 확인하고 무언가를 구입하는 편입니다. 저도 새 옷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오래된 옷을 더 좋아합니다.


오래된 물건은 사람에게 말을 겁니다. 거기엔 역사가 있습니다. 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지요. 그리고 오랜 친구처럼 말이 필요 없습니다. 예컨대 제가 가진 옷 중에는 구입한지 15년이 넘어가는 옷도 꽤 있습니다. 어떤 옷은 컬러와 무늬가 꽤 화려한 편인데 아직도 정말 깨끗하고 지금 봐도 예쁜 디자인이라 어느 날 직장에 입고 갔더니 주말에 쇼핑 다녀왔냐고 묻더군요. 제가 거의 제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는 선글라스도 20년 정도 되었습니다. 렌즈만 바꿔가면서 쓰고 있는데 선물 받은 거라 추억도 서려 있고 저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선글라스라서 오래도록 쓰고 싶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물건은 자극적이고 신선한 재미를 줍니다. 그러나 며칠 있으면 그 기분도 처음 같지는 않아서 기존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과 다를 바 없어집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당연히 사야지요. 그러나 그냥 심심해서 하는 쇼핑, 단순히 유행이라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사는 그런 소비는 지양합니다.


저는 오래된 저의 물건을 사랑합니다. 차분하고 지속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나만의 공간 안에서 질서를 부여합니다. 그렇기에 저의 공간에는 제가 정말 필요하고 좋아하는 물건만 남겨두려 하는 편입니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머무는 공간은 우리의 감정과 생각을 다시 설계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공간 자체가 좁을 수도, 넓을 수도 비교적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일단 나에게 주어지고 나면 반응하는 것은 나의 몫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머무르고 있는 동안에는 최대한 나를 위해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은 없기에 제가 살고 있는 집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평가와 반응이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만족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나의 취향과 나의 입맛, 나의 리추얼에 맞추어 어울리면 그만입니다.


학술지 <싸이콜로지 투데이 Psychology Today>에서는 사람이 공간을 설계하는 방식은 곧 ‘자기 정체성의 투영’이며, 꾸준히 유지하면 정체성 형성의 핵심 도구가 된다는 분석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일본의 정리 전문가 마리 콘도는 공간 정리법을 “정체성을 만드는 의식”이라고 설명하며, 물건과 공간이 자기다움을 강화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팝스타 비욘세는 투어 중에도 ‘자신만의 리추얼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일정한 향기·조명·가구 배치 등을 고정해 퍼포먼스 퀄리티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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