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42
정말로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을 때, 어떤 사람들은 개명을 선택합니다. 나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다면 어쩌면 인생도 달라질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고, 이제 그 전과는 다른 내가 되어보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지요. 꽤 오래된 일이지만 제 친구 중에도 개명을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저와 가까운 사람 중에 개명을 한 경우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놀랍기도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바꾼 새 이름을 부르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정말 이상하게도 내가 알고 있던 그 친구가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 친구가 왜 개명을 결정했는지는 모르지만 배려하는 마음에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고 그래도 새로운 이름으로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이름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개명을 할 때는 자신이 원하는 자아정체성을 함축시켜서 이름 두 자로 만들고, 심리적 전환을 꾀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개명 말고도 다른 이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호’를 만들어 사용하셨습니다. 자신만의 ‘호’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신의 ‘호’를 불러보면서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정체성을 단단하게 하는 리추얼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부르기 좋고 아름다운 호를 짓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좋아하는 자연의 속성을 생각해 봅니다. 산과 들, 나무와 바위, 강과 바다, 달과 구름 등을 소재로 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다산(茶山) 정약용을 들 수 있습니다. 둘째, 내가 추구하는 이상, 마음 자세, 의지 등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벼슬에서 물러난 후 고향으로 돌아간 이황은 ‘물러나 시내 위에 머무르다’라는 뜻으로 ‘퇴계(退물러날 퇴, 溪시내 계)’를 호로 삼았습니다. 조정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지요. 셋째, 본명은 하나지만 호는 여러 개를 둘 수가 있습니다. 추사(秋史) 김정희의 경우 완당, 예당, 노과 등 여러 개를 썼습니다. 넷째, 한글로도 쓸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가람 이병기 선생이 있습니다. 가람은 순우리말로 강을 뜻하며 물줄기의 흐름, 생명력과 자연의 흐름처럼 부드럽고 지속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요.
저는 물의 유연함과 나무의 생명력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호를 지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저의 이름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는 기분이 매우 궁금합니다. 시간을 정해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호’로 불러달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자신만의 ‘호’ 만들어 불러보기 리추얼 어떠신가요? 꽤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