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붙드는 힘: 나만의 언어가 리추얼을 만든다

리추얼스토리-43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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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사고를 재구성하고, 감정과 행동을 조율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나의 의도와 의미를 ‘내 언어로 잡아두는 순간’ 나의 리추얼은 보다 더 고유해지고,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좀 더 또렷해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취미가 있으신가요? 제 지인 중 한 분은 자전거를 즐겨 타십니다. 주말이 되면 먼 지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도 하고 취미로 즐기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된 터라 굉장히 힘이 드는 순간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럴 때는 자신만의 극복 리추얼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언덕을 올라가거나 정말 더 이상 페달을 밟기가 힘들 때 신기하게도 괜찮아지는 방법이 있어요. 양쪽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거지요.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 때 먼저 오른쪽 손잡이의 버튼을 눌러요. 그러면 바로 전까지 도저히 못 하겠다고 생각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페달을 꾹꾹 밟아서 언덕을 올라갈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한참 가다가 더 이상 안 될 거 같으면 이번에는 왼쪽 손잡이의 버튼을 눌러요. 그렇게 양쪽 버튼을 한 번씩 누르고 나면 전에 없는 힘이 나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여기까지 들었을 때 자전거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손잡이에서 뭔가를 조작해서 기어를 바꾼다거나 무슨 특별한 장치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면 뭐라도 누르는 느낌이 있는 버튼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 그게 진짜 버튼이 아니라 내가 상상하는 가상의 버튼을 누르는 거예요. 정말 신기하게도 그런 버튼이 있다고 생각하고 엄지 손가락으로 누르면 마치 게임 아이템의 부스터 기능을 켠 것처럼 전에 없던 힘이 납니다. 저는 이것을 ‘파워 부스터 버튼 누르기’라고 부르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로 유명한 작가 에크하르트 톨레는 “의식적 명명은 지금 이 순간을 붙잡게 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파워부스터 버튼 누르기’처럼 나의 어떤 행동에 의미가 있는 이름을 붙이게 되면 그 행동을 하는 순간, 나를 보다 더 또렷하게 만들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수월해지도록 도움을 줍니다.


정리 전문가 마리 콘도는 정리를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라 “spark joy(스파크 조이: 설렘 찾기)”라는 이름을 붙여 전 세계적인 리추얼로 확장하였습니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는 경기 전 루틴을 ‘focus ritual(집중 리추얼)’이라고 명명해 매 순간 의도를 환기하고는 했다고 합니다.


저는 잠자기 전에 이제 보약 먹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리추얼을 가집니다. 또 혼자 놀 때는 다이어리에 제 이름을 적고 ‘000이랑 데이트’ 이렇게 적기도 합니다. 혼자만의 약속은 어기기 쉽지만 ‘000이랑 약속’ 이렇게 적어놓으면 지킬 확률이 훨씬 높아지거든요. 산책 리추얼을 나갈 때는 걷기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연과 연결’되기 위해 나간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평소의 리추얼을 떠올리고 나만의 언어로 이름을 붙여주면 의도가 강화될 뿐만 아니라 보다 더 지속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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