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의식이 큰 하루를 바꾼다

리추얼스토리-44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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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진 적이 있으신가요? 인생에 있어서 큰 시련 하나 정도는 과연 모든 사람이 겪는 일일까요? 모두가 자신 만의 각기 다른 사연은 마음 속 한 켠에 지니고 있는 법입니다. 지난 일이지만 제게도 번아웃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좌절, 슬픔, 무력감, 자괴감, 상실감, 배신감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제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것만 같은 때가 있었습니다.


그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지를 몰랐습니다. 해결 방법을 물어본다거나 대화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화할 사람은 있었지만 이야기를 꺼낼 용기는 없었습니다. 걱정을 끼치기도 싫었고, 힘듦을 내색하거나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꺼려졌습니다. 내 입으로 털어놓는 그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내 귀로 다시 들어야만 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진실로 패배자로 끝날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속으로만 파고 들어가는 것이 편했고, 그러다 보니 제 머릿속에서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계속 다시 보기로 재생되었습니다. 그 감정들은 편집되고 덧칠 되어갔습니다. 원래 있지도 않은 장면이 추가가 되기도 했지요. 집에 돌아오면 일단 자리부터 펴고 누웠습니다. 뭘 잘 먹지도 않는 때였는데 몸이 정말로 천근만근 무거웠거든요. 삶이 재미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살다가는 안 되겠다 싶었을 때, 예전에 제 친구 중 하나가 해준 말이 떠올랐습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지금 느끼고 있는 상황과 감정들을 글로 써서 객관적으로 직면하라고 말입니다. 머릿 속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현실은 그리 심각하지 않을 거라고요. 그리고 그것을 시원하게 팍팍 찢어버리라고 했지요. 그래서 일단 한 번 적어봤습니다.


물론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글로 적고 읽어보니 만약에 그 글을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사연으로 접했다면 “님, 정말 이해합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힘들 필요는 없어요. 시간이 아까워요.”라고 댓글을 달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적으면서 해소되는 느낌이 꽤 크게 다가왔습니다.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있던 제 상황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고 드디어 이제는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 글들에 줄을 쭉쭉 긋고 나서 종이를 쫙쫙 찢어버렸습니다. 이 같은 행동을 여러 번 하고 나니 뭔가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하루에 한 번씩 반복하다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예전만큼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요. 그때부터는 이제는 부정적인 글을 쓰기는 싫었고 긍정적인 글을 쓰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긍정 확언 같은 문장을 찾아보고 옮겨적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를 계기로 저는 필사 리추얼이 주는 치유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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