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53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위인들과 유명 인사들의 실제 리추얼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들의 리추얼 중에 나의 삶에 조금이나마 녹여볼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반은 성공입니다. 반은 나의 몫이겠지요. 당연한 사실이지만 위대한 업적을 세운 그들도 강철로 만들어진 게 아닌 숨 쉬는 하나의 인간입니다. 힘이 들어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 의미가 있는 작은 반복으로 어떻게 삶을 지탱해 갔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흥미롭기도 하고 공감도 가면서 얻을 게 많은 여정이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지겹게 느껴지고, 심지어 무너져 내릴 때, 거창한 계획보다 먼저 필요한 건 아주 작은 ‘하루의 의식(리추얼)’입니다. 이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 사람들은 먼저 작가들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들은 영감이 오지 않아도, 삶이 흔들려도 일정한 리추얼만큼은 지켜내며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1979년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등단한 이래 연령과 국적을 불문하고, 폭넓은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오전엔 글쓰기(몰입), 오후엔 달리기(회복)로 구성된 단순하고 규칙적인 생활도 굉장히 유명합니다.
새벽 네 시, 어둠이 완전히 걷히기도 전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조용히 책상 앞에 앉습니다. 하루키에게 커피는 글쓰기에 몰입하는 자신만의 의식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게 첫 문장을 시작하면 매일 일정량(원고지 20매)의 글을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어느 날은 컨디션이 좋아서 많이 쓴다던가, 어느 날은 글이 잘 써지지 않아서 1장도 안 쓰지 않기 위해서 ‘하루 원고지 20매 쓰기 규칙’을 꼭 지킨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쌓아가다 보면 보통 장편소설을 완성하는 데는 1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요, 하나의 주제로 몰입하여 1년이라는 시간을 글쓰기로 유지할 수 있으려면 체력은 필수입니다. 몇 시간 뒤 쓰던 글을 덮고 운동화 끈을 묶는 순간, 그는 다시 ‘살아 있다’는 확신을 얻습니다. 달리는 리듬은 문장의 리듬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매일의 반복이 그의 세계를 만들어갑니다. 달리기는 그에게 있어 신체·감정·사고를 재정렬하는 매우 중요한 리추얼입니다.
그의 각별한 달리기 사랑은 회고록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하루키는 전업 소설가로서 살아가고자 결심한 전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생활의 일부가 될 만큼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기를 이어오며 그를 사랑하는 독자 등 많은 사람들에게 생활 속 리추얼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