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73
예술가들은 종종 감정 기복을 즐기며 작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실제 하루는 훨씬 더 차분하고 체계적입니다. 감정이 솟구치는 그대로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그것을 기록해 길들이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언어로 정성 들여 순수하게 반복해 거릅니다. 작품은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식에서 탄생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프리다 칼로는 “나는 결코 꿈을 그리는 게 아니다. 나의 현실을 그릴 뿐.”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6살에 소아마비, 18살에 교통사고, 30여 차례의 수술 등 그녀의 삶의 고통과 절망은 수많은 작품 속에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통증이 심한 날에도 침대 위에서 거울을 내려다보며 얼굴, 표정, 감정을 꾸준히 그려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칼로에게 자화상은 슬픔의 증거가 아닌 살아있음의 증명이자 감정을 정리하는 의식이었습니다. 많은 자화상에서 아끼던 동물과 함께 등장하는데 작업 전에 동식물과 교감하는 시간을 안정 리추얼로 삼기도 했습니다. 또한 멕시코의 옷과 장신구를 항상 착용하며 ‘오늘의 나’를 잃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현대 미술 최고의 화가로 평가받는 피카소는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기보다 형태를 바꾸면서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감정의 결을 잡기 위해 수십 장의 스케치를 빠르게 그려나갔습니다. 피카소는 조각, 도자기, 판화 등을 제외하고도 그림만 13,500여 점이라는 방대한 양을 그렸습니다. 어수선한 작업실 속에서도 물건 배치를 거의 바꾸지 않았고 창작 기간에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외출을 최소화하였습니다. 또한 매일 저녁 같은 메뉴(생선 요리나 오믈렛)를 먹고 작업을 시작했으며 해가 지는 시간부터 몰입도가 증가해 밤의 작업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우리가 이들에게서 배울 점은 감정은 통제할 수 없지만,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만들 수 있다는 것,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하루의 기록으로 길들이며 예술이라는 언어로 번역해 보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느낀 감정을 짧게 기록하는 리추얼을 해보고 있습니다. 글로 쓸 때도 있고, 색칠하거나 무늬를 그릴 때도, 같은 얼굴을 다른 감정으로 그릴 때도 있습니다. 언젠가 제 마음의 지도를 완성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오늘도 마음을 기록합니다.